기후대응 필요성 인정에도 불구하고 소극적 행보 여전
"기후정책, 신중 접근"...이중중대성 도입은 사실상 거부
한국, G20 중앙은행 기후대응 평가서 중하위권 머물러
민간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는 신현송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기후 관련 정책 질의응답 내용 분석 결과를 6월 1일 공개했다.
지난 4월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진행된 청문회에서 이소영·정태호(더불어민주당), 차규근(조국혁신당) 의원은 신현송 당시 총재 후보자에게 기후정책과 관련해 직접 질의를 진행했다. 이후 진성준(더불어민주당)·차규근 의원은 별도 상세한 서면 질의도 진행했다.
우선 신 총재는 중앙은행의 기후대응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중앙은행의 물가 및 금융 안정 책무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한국은행도) 이에 대한 대응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도 대출 및 담보 제도를 통해 기여할 부분이 없는지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임 이창용 총재가 신설한 지속가능성장실과 지속가능성위원회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지속가능성장실은 한은의 기후대응 전담조직이며, 위원회는 전행적 협의체다. 신 총재는 “한국은행은 지난해 지속가능성장실 내 지속가능경제연구팀을 신설하고, 연구인력을 충원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조직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왔다”며 “대내외 여건 변화에 맞춰 기후변화 대응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조직 및 인력 운영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600조 원에 달하는 외화자산의 운용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적용하고 있으며 “추가 조치 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개선하겠다”는 입장도 이야기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정례 안건으로 다룰 것이냐를 묻는 질문에는 “논의가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신 총재의 답변 상당수는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 신 총재는 기후정책 수행에 있어서는 “책무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한은 통화정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하는 ‘이중 중대성(dual materiality)’ 원칙 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신 총재는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에 부여된 법적 책무와 운영 원칙에 따라 수행돼야 한다”며 법적 권한을 방패로 내세웠다. 연구소는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미 이중 중대성 원칙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입장이 국제 흐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기후대응 정책 관련 답변
포지티브 머니의 평가표에서 한국은행의 관할 외인 금융감독 정책 부문을 제외해도 하위권인 13위에 해당한다. 녹색전환연구소는 “한은은 전체적으로 기후대응에 소극적인 중앙은행으로 보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기후대응 정책 수단을 밝히지 않고 시행 여부에서도 답변을 회피했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성 공시 여부에 대해서는 한은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답했으나, 실제 공시 여부에 대해서 즉답은 피했다. 이에 연구소는 “단순한 기관 배출량 공시 수준이 아니라 600조 원 이상에 달하는 한국은행 자산과 대출의 기후리스크를 공시해야 한다”며 한은의 기후공시를 촉구했다.
이 가운데 한은이 30조 원 규모의 금융중개지원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녹색 분야에 투입한 금액은 초라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서면답변에 따르면 한은이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통해 녹색기업에 대출한 금액은 1654억 원으로 전체 0.6%에 그쳤다.
해당 분석을 수행한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팀장은 “신현송 총재가 기후위기를 ‘분석 대상’으로만 보느냐 아니면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보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며, “청문회에서 보여준 원론적 동의를 넘어 취임 후 빠른 시일 내에 실효성 있는 기후대응 액션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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