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그린 공급망 협력
하이퐁 산업단지 친환경 전환
탄소 데이터·국제 검증 체계 구축
이번 포럼은 한국과 베트남의 산·관·학 통합 협력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산업통상부, 대한상공회의소, 법무법인 바른 기업전략연구소, 라이카그룹, 글래스돔 코리아, 한양대 지속가능공급망센터, 킨박도시개발총공사, 하우스링크 등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정만기 KIAF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과 베트남 제조 공급망은 효율성을 넘어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공급망의 그린 전환은 논의 과제가 아니라 시급한 현안”이라며 “양국 공급망 협력이 단순 분업을 넘어 통합된 그린 제조 생태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에서는 베트남 공급망의 취약 요소로 제품 단위 탄소 데이터 가시성 부족, 재생에너지 접근성 부족, 국제 표준·인증 역량 격차, 2·3차 협력사 역량 부족, 정부·산업계·학계 간 거버넌스 부재 등이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제품 단위 탄소발자국(PCF) 데이터 관리 시스템과 제3자 독립 검증 체계가 글로벌 시장 진입의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하이퐁시는 2030년까지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전환을 핵심 발전 전략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팜 반 텝 하이퐁시 경제구역관리청장은 “하이퐁은 한국 기업의 그린 전환을 함께 지원하는 최적의 협력 거점”이라며 “하이퐁 산업단지가 글로벌 그린 공급망의 신뢰할 수 있는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도록 한국 측과 제도·기술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배터리, 전자, 모빌리티, IT 서비스 분야 기업 실무자들이 산업별 그린 전환(GX) 과제와 인공지능 전환(AX) 준비 현황을 공유했다. 이준희 법무법인 바른 기업전략연구소장은 “GX는 특정 부서의 과제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운영 방식이 바뀌는 문제”라며 “탄소 데이터와 디지털 전환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삼성SDI 프로는 배터리 산업에서 탄소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고객사와 규제 당국이 배터리 제품의 탄소발자국과 원재료 이력 정보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배터리 공급망은 소재와 부품 단계가 복잡해 협력사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U 배터리 규정과 디지털 제품 여권(DPP)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품 단위 데이터 관리와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탄소 데이터 관리가 수출 경쟁력
곽한울 LG전자 책임은 전자업계의 공급망 관리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제 고객사는 단순한 감축 목표가 아니라 제품별 탄소 데이터와 산정 근거를 요구한다”며 “생산, 구매, 품질, IT 부서가 같은 데이터를 보고 움직이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는 협력사별 에너지 사용량과 부품 단위 배출량을 수집해 제품 탄소발자국 산정에 반영하는 시스템 구축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
김윤영 KGM 팀장은 모빌리티 공급망의 복잡성을 강조했다. 그는 “완성차는 부품 수가 많고 협력사 단계가 깊어 1차 협력사만 관리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며 “2차, 3차 협력사까지 데이터를 연결하지 못하면 글로벌 규제 대응에 한계가 생긴다”고 했다. 특히 배터리, 알루미늄, 철강 등 탄소집약 소재의 비중이 큰 만큼 공급망 전반의 배출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향노 SK AX 팀장은 AI 전환(AX)이 녹색 전환(GX)의 실행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기 기반 데이터 관리로는 글로벌 고객사의 탄소 정보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현장의 에너지 사용량과 배출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고 이상치를 탐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업들은 생산설비, 에너지 계측기, 협력사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합해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토론에서는 중소·중견 협력사의 부담을 줄이는 공동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협력사 입장에서는 탄소 산정, 인증, 검증을 각각 대응하기 어렵다며 대기업과 산업단지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동 데이터 플랫폼과 인증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개별 기업이 따로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 산업단지 단위로 데이터 관리와 검증을 지원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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