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전문가의 배럴 토크]
지정학적 위기가 만든 기회, 해상 탱커 투자법[오일전문가의 배럴 토크]
에너지 섹터에 투자하는 경로는 다각화되어 있다.

우선 엑슨모빌(Exxon Mobil)이나 쉘(Shell)처럼 탐사, 채굴부터 정제 및 유통까지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한 글로벌 메이저 기업을 선택할 수 있다. 유가 자체의 변동성보다는 정제 마진에 연동되는 다운스트림에 집중하고 싶다면 ‘순수 정유사’가 대안이 된다. 정제업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미국의 발레로에너지(Valero Energy)나 국내 S-OIL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원유 및 천연가스의 생산이나 정제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지만 에너지 섹터 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훌륭한 투자처는 바로 에너지 공급망이다.

원유와 가스를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운송할 때 육상 파이프라인을 활용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해도 유럽은 필요한 원유 및 가스 상당 부분을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

하지만 전쟁 발발 이후 단행된 전방위적인 대러 경제제재로 인해 유럽은 이제 육로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해상을 통해 전 세계 각지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 원유 공급망의 60~70% 이상은 여전히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으며 공급망 다변화가 생존 전략이 된 지금, 앞으로도 해상 의존도는 계속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인 해상 탱커(운반선) 시장은 높은 배당성향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번 미국-이란 간의 지정학적 위기처럼 주요 해협이 막히면 운항 거리가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선박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탱커 운임이 폭등하게 된다. 이처럼 해운업은 지정학적 이슈와 글로벌 시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극심한 업종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안정적인 배당을 지급하는 대신 호황기에 창출된 이익을 고스란히 주주에게 환원하는 배당 구조를 채택한 경우가 많다. 높은 리스크만큼 보상 또한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해상 에너지 운송 기업별 선종 및 배당정책 비교

미 증시에 상장된 DHT홀딩스(DHT)는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인 VLCC(Very Large Crude Carrier) 단일 선종에 집중하는 선사다. 이 회사는 일회성 자산 매각 요인 등을 제외한 조정 순이익의 10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파격적인 배당정책을 실시 중이다. 다만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해 기업 내부에 유보되는 현금이 적다 보니 주가 상승 동력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세계 최대 수준의 오일 탱커 선단을 보유한 프론트라인(FRO) 역시 조정 순이익 전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을 배당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원유 외에 다양한 정유 및 석유화학 제품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로 안정성을 높이고 싶다면 인터내셔널시웨이즈(INSW)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회사는 VLCC뿐만 아니라 아프라맥스(Aframax)급 원유 및 제품선까지 포함한 다각화된 선단을 보유하고 있다. 목표 배당성향은 75~85% 수준으로 이익의 일부를 사내에 유보하기 때문에 DHT홀딩스나 프론트라인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LNG(액화천연가스) 전문 운송 기업인 플렉스LNG(FLNG)가 최적의 선택지다. FLNG는 선박을 변동성이 큰 단기 스폿(Spot) 시장에 노출시키는 대신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 기업들과 장기 용선 계약을 맺어 시황 변동과 무관한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 이를 바탕으로 분기당 주당 $0.75 수준의 안정적인 고정 배당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위 기업들의 선단 구성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기업명 (티커) VLCC
(초대형 원유선)
SuezMax
(대형 원유선)
AfraMax 이하
(중형 원유 및 제품선)
LNG 운반선
(액화 천연가스)
특징
DHT홀딩스(DHT) 24척 - - - VLCC 단일 선종
프론트라인(FRO) 35척 21척 18척 - 세계 최대 수준의 오일 탱커 선단
인터내셔널시웨이즈 (INSW) 10척 13척 43척 - 선단 다변화로 재무 안정성 확보
플렉스LNG(FLEX) - - - 13척 안정적 장기 용선 계약
출처: 각 기업 홈페이지 (2026년 5월 기준)
지정학적 호재와 분기별 배당금 현황

현재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갈등 확산으로 글로벌 해상 운송 운임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양국이 호르무즈해협의 통행 자유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나 이란이 제한적 개방 기조를 유지하며 해협 통제권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국들이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면서 늘어난 운항 거리로 인해 향후 상당 기간 고운임 환경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항공유 가격 폭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항공 섹터와 달리 해상 운송 섹터는 현재 이례적인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프론트라인 1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VLCC의 일일 용선료 환산 수입(TCE, Time Charter Equivalent)은 1분기 10만3500달러에서 현재 진행 중인 2분기(계약 완료 기준, 82% 완료) 18만1700달러로 약 75% 급등한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해운사들의 호실적이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과 맞물리면서 현재 해상운송 섹터의 시가 배당률은 많은 투자자들을 매료시킬 만큼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위 기업들의 주가 및 최근 분기별 주당 배당금(DPS) 현황은 아래와 같다.
지정학적 위기가 만든 기회, 해상 탱커 투자법[오일전문가의 배럴 토크]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해운업은 변동성이 극심한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지금의 초고배당은 지정학적 위기라는 특수한 환경이 만들어낸 일시적 보상일 수 있으며 해협 봉쇄가 완전히 해제되거나 글로벌 원유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면 운임과 배당금 모두 순식간에 급락할 수 있다.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성격의 투자이기 때문에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5% 미만의 제한적인 비중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재 진행 중인 구조적인 공급망 재편과 통행 리스크를 감안할 때 글로벌 해상 운임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험 요인을 충분히 인지하고 분산 투자의 원칙을 지킨다면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투자는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동시에 강력한 현금흐름(배당)을 확보할 수 있는 훌륭한 투자가 될 수도 있다. 필자 역시 목표 투자 비중 3% 수준에서 해상 운송 섹터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두고 있다.

‘가속화 장기투자 법칙’ 저자·오일전문가 임인홍

☞닉네임 ‘오일전문가’로 활동하며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정세 분석 및 투자 전문가. 현재 쿠웨이트 국영 오일 컴퍼니(KOC) 현직자로 근무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최전선에서 얻은 현장 데이터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분석한다. 특히 최근 미국-이란 전쟁 국면에서 정교한 정세 예측과 압도적인 수익률을 증명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배당주 장기투자를 통해 10억원의 자산을 80억원으로 증식시킨 실전 투자자이기도 하며 ‘가속화 장기투자 법칙’의 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