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장
“버핏도 단기국채 쌓는다…지금은 리스크 관리할 때”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끌어 온 엔비디아의 독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코스피 상승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할까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경제를 뒤흔든 가운데 투자 환경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고 있다. 빅테크 중심으로 질주해 온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 달러 체제의 균열 조짐, 예측하기 어려운 금리 흐름, 에너지 패권 재편,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금융 질서 변화까지.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시장과 마주하고 있다. 이런 시기 필요한 것은 넘쳐나는 정보가 아니라 시장을 읽는 기준이다. 한경매거진앤북이 출간한 책 ‘투자 대가 9인의 포스트워 투자전략’은 전쟁 이후 재편되는 세계경제와 자본시장을 진단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구루들이 바라보는 투자 해법을 담았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책에 담긴 핵심 통찰을 미리 살펴보고 불확실성의 시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시장의 방향을 짚어본다.
한국의 ‘닥터 둠’으로 불리는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장은 ‘포스트-워 투자 전략’에서 인공지능(AI) 열풍과 자산시장 호황 이면에 누적된 부채와 거품 위험을 경고하며 앞으로는 자산 가격 상승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부채가 만든 저성장, 유동성이 만든 거품
김 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으로 ‘부채’를 꼽는다. 위기 때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급한 불은 껐지만 그 결과는 성장 회복이 아니라 부채의 누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급락 뒤 반등은 강했지만 이후 성장률은 다시 둔화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전망 역시 과거 평균을 밑돌고 있다. 단기 충격은 정책으로 막을 수 있지만 구조적인 성장 둔화는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가 이미 300% 후반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경제가 생산성보다 빚에 더 의존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과거에는 기업 부채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기업·가계·정부 모두 빚 부담이 높은 상태다. 어느 한쪽이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워지면서 경제 전체의 버팀목이 약해졌다는 진단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금리 정책도 양날의 칼이 된다. 금리를 내리면 자산 가격 거품이 커지고 올리면 경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 소장은 유동성이 풀리면서 주식·부동산·채권 가격이 동시에 오른 것을 ‘왜곡된 상승’으로 본다. 하지만 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는 이 가격 왜곡이 되돌려지며 자산 가격 조정이 경기 전반으로 번질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그는 현재 세계경제를 “실물은 저성장인데 금융만 과열된 구조”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최근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AI를 꼽는다. AI는 생산성 혁신을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과잉 기대와 투자, 신용 확대를 동반하는 새로운 사이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혁명이 항상 그랬듯 “혁신보다 기대가 먼저 과열되는 국면”이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AI 열풍 역시 실적보다 기대가 앞서 있으며 기대가 조정될 경우 관련 산업뿐 아니라 신용시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IT 버블과 금융위기의 성격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지정학 변수도 더해지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과 연결된 지역 갈등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물가와 통화정책을 동시에 압박한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높이며 성장주 중심의 자산시장 밸류에이션을 재조정하는 요인이 된다.
이런 복합 구조 속에서 그는 현재 세계경제를 “기술혁신, 부채, 지정학이 동시에 얽힌 국면”으로 분석한다.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 전환기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성장률이 아니라 구조의 변화”라며 부채 기반 성장의 시대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경제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회복되고 있지만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변동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는 이를 “저성장 구조 속의 선택적 회복”이라고 표현한다.
앞으로의 경제는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시대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산업과 기업, 준비된 개인만이 차별적으로 성장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저성장 시대 개인의 대응 전략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자산가격 상승에 기대기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보다 생존과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자산 가격 상승만 믿고 인생 설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인다.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을 꼽는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며 디지털전환과 자동화를 통해 비용 구조를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저성장기일수록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차별화된 핵심가치와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진단했다.
인터뷰
“버핏도 단기국채 쌓는다…지금은 리스크 관리할 때”
“자산 배분은 연령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60대 이상이라면 수익성보다 안정성이 우선입니다. 채권 50%, 주식 30%, 금·원자재 등 대체자산 20% 정도를 권합니다. 반면 20~30대는 주식 50%, 채권 30%, 대체자산 20% 수준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런 비율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경기순환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 확장 국면에서는 젊은 투자자의 경우 주식 비중을 70%까지 늘릴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자산 배분 원칙을 유지하되 경기 사이클에 맞춰 비중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어떤 지표를 가장 눈여겨봐야 합니까.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지표는 주가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경기와 금융시장의 전환점을 포착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23년 4월 저점 이후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조만간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지표가 하락세로 전환한다면 경기 둔화와 함께 주식시장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 지표는 통계청이 매월 말 전월 수치를 발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확인 시점에는 이미 시장이 상당 부분 움직인 뒤일 수 있습니다. 저는 5월, 늦으면 6월쯤이 정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선행지표가 꺾인다면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선행지수가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경우 주식 비중을 평소보다 낮추고 채권이나 현금성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금성 자산으로는 만기가 짧은 국채를 권합니다. 실제로 워런 버핏 역시 역사상 가장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상당 부분이 단기국채입니다.
주식시장이 먼저 조정을 받고 이후 부동산 시장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부동산 가격은 주가 흐름을 후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공격적 투자보다 위험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왜 근로소득과 현금흐름이 자산소득보다 더 중요해진다고 보십니까.
“현재 세계경제는 국가·기업·가계 부채가 과도하게 쌓여 있고 자산시장에도 거품이 형성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향후 자산 가격 조정과 경기 둔화가 나타나면 중앙은행은 결국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고 시장금리 역시 장기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금융자산에서 얻을 수 있는 이자수익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예금해도 한 달 이자가 3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반면 어떤 형태로든 일을 통해 월 30만원의 추가 소득을 얻는 것은 상대적으로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금융자산 자체보다 근로소득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봅니다.”
-AI와 로봇이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노동 부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면, 현재의 잠재성장률 전망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 아닙니까.
“한국은행은 향후 5년간 잠재성장률을 1.8%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1.6%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AI와 로봇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잠재성장률이 일부 상승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인구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IT 혁명이라는 거대한 기술 발전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주요 국가들의 잠재성장률은 장기적으로 계속 하락해 왔습니다.
이유는 인구 감소입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해 공급 측면의 성장 여력이 약해질 뿐 아니라 소비 수요도 함께 줄어듭니다.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인구 감소가 가져오는 구조적 영향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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