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 코스피, 금리 우려·IPO 수급 부담 겹쳤다
8일 증시는 미국 고용 서프라이즈에 따른 연준 금리 인상 우려 재점화, 미국 반도체주 폭락의 여진, IPO 수급 부담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역대급 폭락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676.18포인트(8.29%) 급락한 7,484.41에, 코스닥은 91.05포인트(9.08%) 폭락한 911.39에 각각 마감하며 양대 지수 모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극단적인 패닉셀 장세가 연출됐다.

기관이 1조6248억원, 외국인이 3562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한 반면, 개인은 1조7628억원을 순매수하며 홀로 낙폭 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1,550원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외국인 투자심리를 급격히 냉각시켰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외환시장 긴급 간담회를 열어 투기적 쏠림 현상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업종별로는 통신(+0.46%)이 소폭 상승했을 뿐, 증권(-10.39%), 기계·장비(-9.68%), 전기·전자(-8.88%) 등 대부분의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로 매도 압력이 집중되며 지수 낙폭을 키웠다.

지난 주말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투매가 나타난 것이 국내 증시에도 직격탄이 됐다. 미국 고용보고서가 예상을 상회하며 국채금리와 달러가 동반 상승하자 기술주 매도세가 거세졌다. 여기에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AI 산업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해지며 나스닥이 4.18%,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0.26% 각각 급락했다.

시장은 이번 하락이 금리 인상 공포와 더불어 초대형 IPO를 앞둔 수급 왜곡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상승폭이 컸던 AI·반도체주에서 상장 예정인 SpaceX 관련 청약 자금 확보를 위한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된 점이 단기 수급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하락을 AI 투자 사이클의 훼손이 아닌, 높아진 기대치와 금리 상승 부담 등 대외적 요인이 맞물린 '단기 조정 과정'으로 진단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우선 미국 고용지표 서프라이즈의 이면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고용 호조는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효과도 일부 있으나, 북중미 월드컵 특수에 따른 레저·접객업 고용 급증 등 일회성 요인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이를 근거로 한 금리 인상 우려가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유지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젠슨 황 CEO의 방한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 공급망 참여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고, 차세대 Rubin 플랫폼 또한 고성능 HBM4를 기반으로 전력 효율성을 개선하고 있다"며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 수준까지 낮아진 점에 주목하며, "단기 변동성은 확대됐으나 기업들의 실적 개선 방향성과 HBM 중심의 투자 흐름은 변함없다"며 "향후 수급 안정화가 확인된다면 코스피의 기술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