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열린 ‘IGM트렌드 조찬’에서 연사로 나선 박종훈 지식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복합 위기를 ‘글로벌 엔드 게임(Endgame) 시대’로 진단했다.
이는 파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체스 게임 후반부에 서로의 말이 얼마 남지 않아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되는 최종 단계를 비유하는 개념이다.
그는 “이런 시대의 경우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현재의 지표를 정확하게 파악해 구조화된 흐름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에너지 패권 경쟁과 글로벌 금융,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다각적 측면에서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밀도 있는 분석을 제시했다.
먼저 박 소장은 지정학적 갈등의 뇌관인 호르무즈 해협 사태가 단기적으로 해결되더라도 국제 유가는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자국 국책 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고유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 등 선진국과 한국이 공통으로 마주한 인구 구조 변화가 고금리 장기화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복지 지출은 급증하는 반면 세수 기반은 줄어 과거와 같은 저금리 기조로의 회귀는 구조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심각한 저출산을 겪고 있는 한국의 경우 이러한 인구구조 붕괴가 금리 상승 압력을 높여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 박 소장은 미래 통상 환경이 ‘AI 산업’을 중심으로 양극화 형태를 띨 것이라고 짚었다. 과거 전세계가 하나의 공급망으로서 분업이 이뤄졌던 것과 달리 향후 시장은 에너지 및 반도체를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 부문과 데이터 및 AGI를 독점하는 가치 창출 부문만 살아남는 형태로 재편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러한 양극화 환경에서 기업들이 거대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고 자생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이나 가전제품 사용 기록 등 자사만의 독점적인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유발하는 ‘데이터 주권’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경영자들에게 격변기를 대하는 열린 태도를 강조했다. 박 소장은 “이미 안정된 생태계에서는 기득권을 쥔 최대 강자를 뛰어넘는 역전이 절대 불가능하지만 지금처럼 모든 질서가 무너지고 해체되는 시대에는 판도를 뒤집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 거대한 변화의 시기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승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미현 IGM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강연이 거시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직시하고 다가오는 AI 시대에 대비해 기업 고유의 경쟁력을 냉철하게 모색하려는 경영자들에게 실질적인 시각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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