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진 ‘지구 기후변화 지표’ 논문
2026년 초 잔여 탄소예산 130Gt 추정
현재 배출량 유지 땐 3년 내 모두 소진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 사상 최대
탄소예산은 특정 온도 목표를 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추가로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뜻한다. 탄소예산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기후 대응에 남은 시간이 짧아졌다는 의미다. 이 같은 내용은 국제 연구진이 11일 국제학술지 ‘Earth System Science Data’에 발표한 ‘지구 기후변화 지표(IGCC)’ 논문에 담겼다.
올해 연구에는 17개국 56개 기관 소속 70명 이상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7차 평가보고서 주저자와 기여 과학자들이 포함됐다. 한국에서는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의 이준이 교수, 윤정은 박사, 알렉시아 카르바트 박사가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수준이 2025년 1.37도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약 4년 이내에 1.5도 온난화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 속도는 10년당 약 0.27도로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정점을 다시 높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 기준 568억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요 원인은 화석연료 연소였다. 지난해는 관측 기록상 세 번째로 더운 해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지난해 기온 상승의 대부분이 인간 활동에 따른 온난화로 설명되며, 자연적 기후 변동성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피어스 포스터 리즈대 프리스틀리 기후미래센터 소장은 “지구 에너지 불균형은 기후 시스템에 열이 얼마나 빠르게 축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라며 “인간의 영향이 없다면 이 값은 거의 0에 가깝지만, 197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최근 수십 년 사이 두 배로 커졌다”고 말했다.
지구가 흡수하는 열이 늘면서 해양과 육지, 빙하, 해수면 등 기후 시스템 전반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연구진은 해수 온도 상승과 육상 빙하 융해로 전 세계 해수면 상승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1년 대비 23cm 상승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해양 폭염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번 논문에 새로 포함된 ‘해양 폭염 발생 일수’ 지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적으로 해양 폭염이 발생한 날은 총 65일이었다. 이준이 부산대 교수는 “전 세계 해양 폭염 발생 일수는 1991년부터 2025년 사이 세 배 이상 증가했다”며 “해양 생태계뿐 아니라 식량 생산, 경제활동, 연안 보호 기능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후 관측 자료의 유지도 중요한 과제로 지목했다. 크리스 스미스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올해 IGCC 논문에는 40개가 넘는 전 지구 관측 자료가 활용됐지만 상당수가 예산 삭감으로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후 관측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