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진짜 실체는 금리 인상시 판가름
생산성 혁명 오면 인플레이션 안정
과잉 기대라면 자산시장 충격

AI의 성적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마은성의 경제돋보기]
AI 열풍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기업 반열에 올랐고 미국 빅테크는 데이터센터에 천문학적 투자를 쏟아붓는다. 한국에서도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수출과 증시를 끌어올리고 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2.6%로 높였다. 겉으로 보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AI가 성장의 문을 열고 시장은 그 미래를 먼저 가격에 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한 점은 물가다. AI가 진짜 생산성 혁명이라면 성장 기대를 높이면서도 물가 압력은 낮추는 쪽으로 작동해야 한다. 기술 발전은 보통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이 생산하게 만들고, 한계비용을 낮추며, 물가를 끌어내린다. 더 많이 성장하면서도 물가는 덜 오르는 것, 이것이 기술이 경제에 주는 가장 반가운 조합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AI 붐이 뜨거워지는 사이 물가도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인다. 데이터센터·전력·반도체에 쏟아지는 자본 수요가 그 압력을 만들고 있다. 미 연준 분석에서도 오랫동안 디스인플레이션의 닻으로 여겨졌던 기술 관련 소프트웨어 가격 항목이 짧은 기간 급등해 근원물가에 크게 기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높은 수준으로 오른 미국 장기금리도 인플레이션 압력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AI는 아직 물가를 식히는 생산성 혁명이라기보다 수요와 기대를 먼저 밀어 올리는 힘에 더 가까워 보인다.

성장률 전망을 뜯어봐도 같은 질문이 남는다. 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높였지만 내년 잠재성장률 전망은 1.5%대로 낮췄다. 단기 성장률은 반도체 사이클로 올라갈 수 있지만 잠재성장률은 경제 전체의 생산 능력을 보여준다. AI가 이미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면 성장률 전망은 오르고 잠재성장률 전망은 내려가는 이 엇갈림은 자연스럽지 않다. 지금의 호황이 생산성 혁명이라기보다 반도체 호황에 기댄 성장률 상승에 가까울 수 있다는 의구심이 남는 이유다. 반도체 등 I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이 1.4% 안팎에 그친다는 한국은행의 진단도 같은 의구심을 키운다.

시장은 종종 기술의 방향은 맞히지만 속도는 틀린다. 2000년 닷컴버블이 그 전형이었다. 당시 시장은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데 베팅했고 그 방향은 옳았다. 오늘날 인터넷 없는 경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가격은 미래를 너무 빨리 끌어왔고, 거품이 꺼진 뒤 나스닥은 직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 15년 가까이 걸렸다. 기술은 혁명이었지만 그 혁명에 붙은 가격은 버블이었다. AI도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이 가격에 넣고 있는 것이 실제 생산성인지, 미래 생산성인지, 아니면 그 가능성에 대한 기대인지는 구분해야 한다.

그렇다면 AI의 진짜 얼굴은 언제 드러날까. 답은 금리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로 묶어두고 있지만 최근 회의는 ‘매파적 동결’로 평가됐고 하반기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단기금리마저 높아지면 그때 AI를 둘러싼 기대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AI가 정말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기술 발전이라면 금리를 올려도 경제는 굳건하고 인플레이션도 비교적 빨리 잡힐 것이다. 반대로 지금의 열기가 생산성 개선보다 과잉 기대에 가까운 것이라면 금리를 조이는 순간 그 취약성이 드러날 수 있다. 자산시장은 예상보다 크게 흔들리고 실물경기도 빠르게 식을 수 있다.

AI의 성적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가능성의 가격이다. AI가 정말 생산성 혁명이라면 그 답은 성장과 물가안정으로 천천히 채점될 것이다. 그 성적표를 받기 전까지 안전벨트를 풀기엔 이르다.

마은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