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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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구글의 기술력을 수용한 차세대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 AI’를 공개했다. 지난 2024년 애플이 시리에 AI 기능을 통합하겠다고 예고한 후 기술적 한계로 출시를 미룬 지 약 2년 만이다.

애플은 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WWDC 2026’을 열고 생성형 AI 모델 기반으로 전면 개편된 시리 AI를 선보였다. 기존 시리가 단순한 단답형 명령 수행에 그쳤던 것과 달리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통해 ‘맥락’을 이해하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는 아이폰 우측 버튼을 누르거나 ‘헤이 시리(Hey Siri)’와 같은 호출어를 통해 손쉽게 불러낼 수 있다.

이날 시연에서 시리 AI는 대화를 막힘없이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진화된 성능을 입증했다. "영국 가수의 공연이 언제냐"는 질문에 날짜를 정확히 찾아 답변한 뒤, "티켓 예매 알림을 켜두고 신곡도 틀어줘"라는 연쇄 명령까지 매끄럽게 처리했다. 이어 메시지 이력을 뒤져 따로 저장하지 않은 친구의 새 집 주소를 찾아낸 뒤 곧바로 내비게이션 경로를 설정하는 기능도 선보였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엇갈렸다. 이미 삼성전자가 구글과 협력해 갤럭시 시리즈로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애플의 신기능이 경쟁사들을 겨우 뒤쫓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실망감을 반영하듯 이날 애플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89% 하락한 301.54달러에 마감했다.

애플은 시리 AI를 우선 영어 버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일반 사용자들은 올가을 배포되는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통해 이 기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애플은 향후 지원 언어를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이번 행사는 지난 15년간 애플을 이끌어온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마지막 은퇴 무대였다. 기조연설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 그는 관중석을 향해 연신 "고맙다"를 연발하며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차기 CEO 내정자인 존 터너스는 이날 기조연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신기능 발표에 초점을 맞추고 쿡 CEO의 은퇴 무대를 예우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