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국내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해외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도로 입지를 고심 중이라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10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 대담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용인 클러스터 4기 완공 이후의 차기 공장 입지를 묻는 질문에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어딘가로 가야만 하는 준비가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며 "국내에서 여의치 않다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무조건 한국에만 짓겠다'는 방침은 아닐 수 있으며, 향후 시장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 회장은 반도체 공장 설립의 핵심 조건으로 인프라를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곳에 공장을 지으려면 전력, 부지, 인력, 공업용수 등 막대한 인프라가 완벽히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의 이번 발언은 최근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충청권 등 지방으로 반도체 설비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삼성과 SK 등 주요 그룹 최고경영진은 이달 29일 청와대 토론회에 참석해 전남 장성·광주, 충남 온양 등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중심의 지방 투자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광주 첨단 패키징 기지 육성 등)' 구축 계획에 기업들이 화답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자체 등이 요구하는 전공정 생산라인(팹·Fab)에 대해 기업들은 전력·용수 인프라와 고질적인 인력난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패키징 공장 위주로 검토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측은 공식적으로는 "지방 투자 계획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 회장은 "고객이나 진출 국가가 우리에게 주는 이익만큼 우리도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기업의 실력"이라며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결정하되, 당장은 용인 클러스터 건설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 회장은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AI 생태계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주도뿐만 아니라 더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양사 간 협력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초과 이익 분배 요구와 관련해서는 "주주, 구성원, 파트너, 국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위해 세금을 많이 내거나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정해진 규칙은 충실히 따르되, 향후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새로운 사회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전날 포럼 대담에서도 한일 양국이 반도체·AI·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해 새로운 국제 질서의 '룰 메이커'로 도약해야 한다며, 양국 기업 간 투자 활성화와 시장 통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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