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에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인 ‘AI 팩토리(AI Factory)’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에서 추진 중인 AI 인프라 사업을 일본으로 확대해 한일 경제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11일 보도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일본 기업들과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대도시 전체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 기가와트(GW)급 전력을 사용하는 초대형 시설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8~2029년을 목표로 현재 대규모 전력 확보와 넓은 부지를 갖춘 후보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한국 외 지역에 AI 팩토리 구축 계획을 공개한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인터뷰를 AI 팩토리를 AI 학습과 추론에 특화된 차세대 데이터센터로 소개했다. 이 시설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결합해 전력 효율을 높이면서 대규모 AI 연산을 처리하도록 설계된다.

SK는 우선 엔비디아와 협력해 2027년 한국에서 첫 AI 팩토리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후 이를 해외로 확장하는 첫 대상국으로 일본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AI 팩토리는 단순한 데이터센터를 넘어 일본 기업들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산업 인프라 역할도 맡게 된다. 동시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 기술을 선보이는 쇼케이스이자 글로벌 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AI 산업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많은 산업이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생산 능력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투자 일정도 앞당길 계획이다. 당초 2045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할 예정이었던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단지의 완공 시점을 수년 이상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는 추가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해외 반도체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일본을 유력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꼽으며 “일본에는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재 기업 등 필요한 생태계가 모두 갖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외에서 생각했을 때 충분히 훌륭한 후보지”라며 “다만, 일본에서 언제 어디에 건설할 것인가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