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JF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 '눈에서 멀어지면 규제도 멀어진다: 파괴적 오징어 어업의 전세계적 급증'을 통해 원양 오징어 어업에서 발생하는 인권 및 환경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EJF 설립 이후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EJF는 지난 5년 동안 원양 오징어 어선 249척과 선원 430명 이상을 대상으로 확보한 자료와 증언을 분석해 글로벌 오징어 공급망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살펴봤다.
조사 대상은 북서인도양, 남동태평양, 남서대서양 등 세계 주요 오징어 어장이다. 해당 해역은 전 세계 오징어 공급량의 약 60%를 담당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는 오징어 산업이 세계 수산업 분야 가운데 관리·감독 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역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주요 수산물 수입국들은 공급망 투명성 확보와 인권 보호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어획물 생산 과정에 대한 추적 가능성과 노동환경 개선 여부가 국제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선원들은 폭행과 임금 체불, 해상 사망사고 사례를 증언했으며, 상어 지느러미 채취와 취약 해양생물 포획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응답자 상당수는 '해상 환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해상 환적은 조업 선박이 바다에서 다른 선박으로 어획물을 옮기는 방식으로, 장기간 입항 없이 조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가 어획물의 실제 출처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적으로 포획된 수산물이 국제 유통망에 섞여 들어갈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조업 기간과 노동환경의 상관관계도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간 귀항하지 않는 선박일수록 노동 착취와 환경 훼손 사례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1년 이상 항구에 입항하지 않은 선박에서는 신체적 학대와 환경 관련 위반 행위 보고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과 대만을 포함한 주요 기국 및 시장국의 역할도 주목했다. EJF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오징어·갑오징어 수입량의 약 8%를 차지하는 주요 소비국이며, 조사 대상 원양 오징어 선단의 약 14%를 보유한 기국이다. 한국 선박은 주로 남서대서양에서 조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 분야에서는 한국 선박이 중국 선박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위반 사례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규제 체계 개선의 결과로 평가하면서도 선원 인권 보호 분야에서는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적 선박의 96%에서 과도한 초과근무가 보고됐으며, 신분증 압류는 88%, 이동 제한은 87% 수준으로 집계됐다. 또한 한국의 최저임금 제도가 외국인 선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아 전체 선원의 약 80%를 차지하는 외국인 선원들이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EJF는 한국이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항해 기간 제한 정책과 선상 모니터링 강화, 공급망 투명성 확대 노력 등이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다.
또한 한국이 남태평양지역수산관리기구(SPRFMO)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가관할권 이원의 해양생물다양성(BBNJ) 협정을 비준한 점도 국제 수산 거버넌스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으로 평가했다.
스티브 트렌트 EJF 설립자 겸 CEO는 "이번 조사 결과는 공해상에서의 관리 체계가 여전히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투명성과 실효성 있는 감독이 부족한 상황에서 불법 어업과 인권 침해, 환경 훼손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 정부는 공급망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요 어장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한국처럼 제도 개선과 국제기구 참여를 확대하고 있는 국가들의 역할이 향후 글로벌 어업 거버넌스 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인 기자 hyein5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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