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5개국 중 8위...데이터센터 27곳 중 22%가 고위험 분류
지표수 침수 위험이 가장 큰 위험 요인
물리적 기후위험 분석 전문기관 XDI(Cross Dependency Initiative)는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전 세계 계획된 데이터센터 물리적 기후위험 및 기후위험 대응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 2,595곳을 대상으로 2026년 현재의 물리적 기후위험을 분석하고,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2100년까지 위험이 어떻게 변화할지 전망했다. 분석 대상은 이미 운영 중인 전체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향후 건설이 계획된 데이터센터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지역의 하천 범람, 지표수 침수, 해안 침수, 폭염, 산불, 강풍 등 물리적 기후위험을 평가했다. 다만 대부분의 계획된 데이터센터는 상세 설계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XDI는 같은 입지에 대해 ‘기후위험 저대비 건설 기준’과 ‘기후위험 고대비 건설 기준’을 각각 적용해 위험도를 비교했다.
여기서 ‘기후위험 저대비 건설 기준’은 침수, 폭염, 강풍 등 물리적 기후위험에 대한 대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설계·시공 수준을 가정한 것이며, ‘기후위험 고대비 건설 기준’은 이러한 위험에 대비해 강화된 공학적 설계와 보호 조치를 적용한 경우를 뜻한다. 예를 들어 침수 위험 지역에서 핵심 전기·냉각 설비를 예상 침수 높이보다 위에 배치하거나, 배수·비상전력·냉각·통신망을 강화하는 방식이 기후위험 고대비 건설 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설계와 기후위험 대응 투자가 물리적 기후위험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비교하기 위한 분석상 가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계획된 데이터센터 2595곳 가운데 154곳, 즉 6%가 2026년 기후위험 저대비 건설 기준에서 ‘고위험’으로 분류됐다. 특히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남아시아는 각각 20%, 13%, 12%의 계획 데이터센터가 고위험으로 분류돼 지역별 위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국도 주요 위험 지역으로 지목됐다. XDI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2026년 기준 물리적 손상 위험 국가 순위에서 세계 8위에 올랐다. 한국에서 분석된 데이터센터는 27곳이며, 이 가운데 22%가 기후위험 저대비 건설 기준에서 고위험으로 분류됐다. 기후위험 고대비 건설 기준을 적용해도 7%는 여전히 고위험으로 남았다.
한국 계획 데이터센터의 주요 물리적 위험 요인은 지표수 침수로 분석됐다. 지표수 침수는 집중호우 등으로 빗물이 지면, 배수시설, 도시 인프라의 처리 용량을 초과하면서 발생하는 침수 위험을 뜻한다.
보고서는 또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평균 물리적 손상 위험이 2026년부터 2100년까지 13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배출 시나리오는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기후변화 영향이 심화되는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성격의 분석이다. 즉 현재의 위험뿐 아니라, 탄소배출이 높은 경로로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의 기후위험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도의 위험이 두드러졌다. 서울은 전 세계 광역 행정구역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 서울에서 분석된 계획된 데이터센터 7곳 중 3곳이 기후위험 저대비 건설 기준에서 고위험으로 분류됐으며, 기후위험 고대비 건설 기준을 적용해도 1곳은 고위험으로 남았다. 서울의 주요 위험 요인은 지표수 침수였다.
경기도는 전 세계 광역 행정구역 순위 22위로 평가됐다. 경기도에서 분석된 계획 데이터센터 9곳 중 2곳이 기후위험 저대비 건설 기준에서 고위험으로 분류됐다. 기후위험 고대비 건설 기준을 적용할 경우 고위험 비율은 0%로 낮아졌으며, 주요 위험 요인은 하천 범람으로 분석됐다.
폭염에 따른 운영 중단 위험은 물리적 손상 위험과 별도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폭염이 건물 자체를 직접 파손하지 않더라도 데이터센터의 냉각, 전력 사용, 주변 인프라에 영향을 미쳐 운영 연속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현재 폭염으로 인한 운영 중단 위험은 낮은 수준으로 표시됐지만, 향후 폭염 관련 위험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는 지역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계획 단계의 데이터센터가 기존 인프라와 달리 기후위험을 사전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부지 선정, 공학적 설계 기준, 기후위험 대응 투자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운영 안정성, 보험 가능성, 장기 자산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칼 맬런 XDI 설립자 겸 과학기술 책임자는 “차세대 디지털 인프라가 어디에 건설될 것인가만이 더 이상 핵심 질문이 아니다”라며 “이 자산들이 의도한 수명 동안 운영 가능하고, 보험 가입이 가능하며, 경제적으로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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