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익, 이선엽 등 투자 대가 9인, 시장 분석 담은 <포스트워 투자전략> 집필
기업 실적, 금리, 산업 판도 아우른 대가들의 투자 인사이트 비교하며 볼 수 있어
김영익 외 / 한국경제신문 / 2만3000원
“포성이 울리면 주식을 사고 하프가 연주되면 팔아야 한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가 책의 첫 장에 쓴 인용 문구다.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말이다. ‘포스트-워 투자전략’은 투자 대가 9인의 종전 이후 투자 전망을 담은 책이다. 저자 라인업이 화려하다. 한국 시장의 닥터둠으로 통하는 김영익(내일희망연구소장)을 비롯해 박병창(MP파트너스 대표), 박세익(체슬리투자자문 대표), 박정림(전 KB증권 대표), 서유석(전 금융투자협회장), 이선엽(AFW파트너스 대표), 정유신(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조윤남(코어16 대표),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등 글로벌 금융이나 주식시장에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찾아가 귀를 기울이는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 산발적으로 흩어진 정보 사이에 오히려 길을 잃는 이들이 많아 이 책은 빛을 발한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수가 시장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산업 흐름이 어디에서 병목을 만들고 다가올 미래에는 시장에서 또 어떤 플레이어를 필요로 하는지 9인의 관점을 하나로 모아놨을 때 보이는 미래는 선명하다.
물론 의견이 갈리는 부분도 있으나 그런 주장을 펼치기까지의 논리적 배경을 차근차근 짚어가다 보면 독자 역시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코스피 지수가 8000선을 넘어 9000포인트까지 단숨에 치솟으며 변동성을 확대하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종전 이후 시장 전망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유용한 정보다. 그러나 정확한 팩트체크조차 이뤄지지 않은 유튜브 정보만 접하다 보니 포모 현상만 가중될 뿐이다.
책 내용은 공저자 9인의 전문 영역만큼 스펙트럼이 넓다. AI 열풍, 반도체 사이클, 방산과 조선의 부활, 금리와 환율의 불안, 달러 패권의 균열,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의 부상, 그리고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한 포트폴리오 제시까지. 오늘의 시장을 움직이는 거의 모든 변수를 통해 미래 자본의 흐름을 다 담았다.
가장 설득력 있는 대목은 전후 시장을 ‘가격’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접근하는 대목이다. 전쟁이 주가를 몇 퍼센트 끌어내릴지,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만 묻다 보면 투자 관점은 자라나지 않는다. 이 책의 묘미는 전문가들이 왜 그런 전망을 하게 됐는지, 자신들이 보는 지표와 차트 분석의 근거를 꼼꼼하게 모두 담은 데 있다. 에너지 공급망은 어떻게 바뀌는가. 미국 중심 금융 질서는 계속 유지되는가. AI 투자는 거품인가 산업혁명인가. 한국 증시의 상승은 일시적 반등인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인가. 질문의 크기가 커지면 투자자의 시야도 달라진다.
물론 여러 전문가의 글을 엮어 장마다 문제의식과 문체는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오히려 이 책의 성격을 더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점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전망이 아닌 아홉 개의 관측을 모두 비교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그 관측을 종합해 자신만의 투자 지도를 그릴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불확실성 앞에서 이 책이 섣부른 공포나 낙관으로 기울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이 흔들릴 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뉴스가 아니라 뉴스의 소음을 걷어내는 기준이다. 박세익 대표의 역발상 전략, 박정림 대표의 자산배분론, 정유신 교수의 디지털 금융질서 해석은 서로 다른 영역을 다루지만 하나의 메시지로 모인다. 투자는 미래를 맞히는 일이 아니라 틀릴 가능성까지 포함해 구조를 짜는 일이라는 것이다.
AI에 대한 시각도 균형적이다. 이 책은 AI를 단순한 테마주 열풍으로 축소하지 않는다. 시장의 ‘야전 사령관’으로 불리는 이선엽 대표의 반도체 과열 현상에 대한 해설을 읽다 보면 시장에 대한 공포도 수그러든다. 결국 투자자는 기술의 크기보다 수익의 지속성, 시장의 흥분보다 기업의 해자를 봐야 한다. 이런 태도는 최근의 과열된 시장 분위기 속에서 더욱 필요하다.
‘포스트-워 투자 전략’은 초보 투자자에게는 시장을 읽는 큰 틀을, 경험 많은 투자자에게는 자신의 관점을 점검할 기회를 준다. 전쟁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안에서 자산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재배열되는지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꽤 유용한 안내서가 된다.
이선정 기자 sjl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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