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봐야 할 것은 ‘무엇으로 결과를 냈는가’가 아니라 해야 할 결과물 외에 내가 가진 힘으로 ‘무엇을 더했는가’다. 그것이 AI이든, 내가 가진 고유한 역량이든”

업무에서의 AI 활용,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김한솔의 경영전략]
성과 평가를 앞둔 리더의 책상 위에 두 구성원의 결과물이 놓여 있다. 질은 비슷하다. 둘 다 크게 흠잡을 데 없이 잘 해냈다. 그런데 리더의 머리가 복잡하다. 그 결과물이 ‘어떤 경로’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서다.

한 명은 평소 업무 역량이 특출나다고 보기는 어려운 직원이다. 다만 인공지능(AI) 도구를 능숙하게 다뤄 혼자서는 며칠 더 걸렸을지 모를 보고서를 하루 만에, 그것도 꽤 높은 완성도로 가져왔다. 다른 한 명은 AI에 거의 기대지 않고 자기 실력으로 같은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낸, 원래부터 일 잘했던 에이스 직원이다.

리더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결과물의 질이 비슷하니 ‘동일한’ 평가를 줘야 할 것 같긴 한데 그러자니 실력으로만 승부한 두 번째 직원이 억울해할 것 같아서다. 그렇다고 “AI를 썼으니 감점”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AI를 쓰지 말라고 한 적은 없으니까.

AI가 업무 현장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많은 조직의 리더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구성원의 성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AI를 ‘잘’ 써야 하는 시대의 평가는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AI를 썼다’는 이유로 감점을 해서는 안 된다. AI를 썼다고 점수를 깎는 순간 구성원들은 ‘숨기기’를 시작한다. 웹 검색이 일상인 것처럼 이제 AI 활용은 업무 효율을 위해 ‘당연’한 게 된 상태다. 그런데 그게 감점이라면? 쓰고도 안 쓴 척하기 시작한다. 보고서 말미에 굳이 “이 부분은 직접 작성했습니다”라는 어이없는 사족이 붙을지도 모른다. AI를 ‘잘’ 써야 하는 시대인데 ‘평가’ 때문에 활용 도구를 숨기는 문화만큼 조직의 발전과 학습을 가로막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AI를 잘 썼으니 가점’도 답은 아니다. 자칫하면 평가가 ‘AI 활용 대회’가 되어버린다. AI를 잘 쓰는 게 필요한 역량인 건 맞지만 그것이 평가의 항목이 되는 순간 정작 일을 통해 무엇을 만들어냈는가라는 본질이 가려진다.

그럼 평가는 뭘로 해야 하나? 답은 간단하다. AI를 쓰든 그렇지 않든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는지가 기준이다. 좋은 결과를 낸 사람이 높은 점수를 받는 건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니 앞서 본 리더의 고민은 사실 ‘의미 없는’ 고민이다. 두 구성원의 결과물 수준이 같다면 점수도 같다.

다만 AI가 모두의 손에 들어온 지금 ‘결과물 수준’으로 평가한다는 원칙에 더해서 봐야 할 것이 두 가지 더 있다. 하나는 ‘무엇을 더 했는가’다. AI가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이다. 엄청난 속도로 결과물을 뽑아내는 AI 덕분에 며칠 걸릴 일을 하루 안에 끝낼 수 있게 된다. 이런 AI 시대에 시간을 어떻게 ‘더 잘’ 썼는지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다.

AI가 만들어주는 속도와 효율은 이제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본값에 가깝다. 기본값을 평가하는 것은 의미 없다. 그래서 리더가 들여다봐야 할 진짜 평가 대상은 그 효율로 확보한 여력을 어디에 썼는가다. 새로운 시도를 해 봤는지, 더 깊은 질문을 던졌는지, 빈 시간을 또 다른 가치로 채웠는지 등을 확인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어야 한다. ‘얼마나 빨리 끝냈나’가 아닌 ‘빨리 끝내고 뭘 더 했나’를 봐야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해진다.

AI로 사흘치 일을 하루에 끝낸 직원이 둘 있다. 한 명은 남은 이틀을 그저 흘려보냈고, 다른 한 명은 그 시간에 기존 보고서에선 짚지 못했던 새로운 분석 각도를 시도해 보고 경쟁사 동향을 추가로 파악하기도 했다면? 두 구성원의 기본적인 아웃풋의 품질은 같을지 몰라도 시간을 ‘더 잘’ 쓴 후자의 직원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게 공정한 평가다.

여기서 다시 도입부의 두 직원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실력으로 승부한 직원이 자기 역량으로 빠르게 일을 마치고 그 시간에 후배의 업무를 돕거나 새로운 제안을 다듬었다면? 리더는 그 행동에 ‘가산점’을 주면 된다. 반면 AI로 시간을 벌고도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면 결과물이 멀끔해도 거기까지다. 리더가 봐야 할 것은 ‘무엇으로 결과를 냈는가’가 아니라 해야 할 결과물 외에 내가 가진 힘으로 ‘무엇을 더 했는가’다. 그것이 AI이든 내가 가진 고유한 역량이든.
◆조직 전체 AI 역량 끌어올리는 사람이 인재

AI 시대에 리더가 평가할 때 확인해야 할 한 가지가 더 있다. AI로 시간을 벌고 그 시간에 추가 가치를 만들어냈다 해도 그것이 나 혼자만의 것이라면 절반짜리 성과다. 리더가 봐야 하는 것은 AI 활용 역량이 ‘조직의 힘’으로까지 이어졌는가다.

AI를 잘 쓰는 한 사람이 그 스킬을 자기 안에‘만’ 담아두면 그 사람의 생산성‘만’ 오른다. 하지만 그가 구현한 프롬프팅 방식, 업무 자동화 흐름, 검증 노하우를 동료에게 풀어놓으면 그 가치는 팀 전체로 확산된다. 그래서 AI 시대에 가장 값어치 있는 인재는 혼자 AI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AI 역량을 끌어올리는 사람이다.

그럼 이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몇 가지 관찰 가능한 행동이 있다. 본인이 만든 AI와의 협업 흐름을 팀의 표준으로 제안했는지를 파악하자. 이런 시도가 ‘나’만의 일하는 방식 개선이 아닌 ‘조직’의 일하는 방식 개선을 이끈다. 혹은 동료가 AI를 활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는지를 볼 수도 있다. ‘나만의 스킬’로 꽁꽁 싸매고 있는 직원인지, 주변에 확산해 전체의 힘을 키우는 구성원인지 판단할 수 있다. 또 본인이 시행착오 끝에 얻은 요령을 문서로 남겨 다음 사람의 시간을 아껴줬는지를 살펴볼 수도 있다. 이런 기여가 개인의 성과물로 티가 나진 않지만 조직 전체의 힘 관점에선 너무나 중요한 기여다.

우리 구성원 중에 자신의 역량을 조직의 역량으로 바꿔놓는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이 질문에 딱 떠오르는 구성원이 있다면 그 직원은 AI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다시 맨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리더가 멈칫했던 이유는 ‘AI를 썼는가, 안 썼는가’라는 잘못된 질문을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질문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AI는 가점의 근거도 감점의 근거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AI로든 실력이로든 효율을 만들어냈다면 그 여력으로 ‘무엇을 더 했는가’를 묻자. 그리고 AI를 잘 활용하는 노하우를 자기 안에 가뒀는가, 조직으로 흘려보냈는가를 확인하자. 이 두 가지를 함께 볼 때 두 직원의 진짜 차이가 보인다.

AI는 일을 더 빨리, 더 잘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니 빠르게 잘하는 것을 평가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AI 시대의 평가는 ‘얼마나 잘했는가’에서 ‘확보한 힘으로 무엇을 더 만들었는가’로 옮겨가야 한다. 리더의 관점이 바뀔 때 우리 조직의 AI 역량도 높아진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