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효과도 꺾여 개소세 환원도 부담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자동차 시장은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 “주식으로 돈을 벌면 차부터 바꾼다”는 자동차 업계의 통념이 깨진 것이다. 30~40대 직장인이 주고객인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물론 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수억원짜리 슈퍼카까지 차값을 따지지 않고 판매가 부진한 점도 눈에 띈다. 7월부터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세율이 3.5%에서 법정세율인 5%로 환원되면서 세금 부담이 최대 143만원까지 늘어나게 된 점도 걱정거리다.
○아빠차부터 슈퍼카까지 안 팔려
현대차·기아·KG모빌리티(KGM)·르노코리아·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5사의 올해 상반기(1~6월) 내수 판매량은 66만71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다. 내수 시장 왕좌인 현대차는 그랜저와 아반떼 등 주요 모델의 신차 대기 수요와 대전 안전공업 화재에 따른 생산 차질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줄어든 31만6713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르노코리아도 지난해보다 24.5% 감소한 2만1187대를 기록했다. 한국GM은 같은 기간 35.1% 줄어든 5230대를 판매하며 상반기 내수 판매 1만 대를 밑돌았다. 반면 SUV와 전기차 모델을 앞세운 기아(29만5779대)와 KGM(2만1806대)은 전년보다 각각 7.0%와 19.0% 판매가 늘었다.
신차 출시 이후 판매량이 늘어나는 ‘신차 효과’ 약발이 먹히지 않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르노코리아의 첫 준대형 SUV 필랑트는 고객 인도 첫달인 지난 3월 4920대가 팔렸지만 4월 판매량이 2139대로 반토막 난데 이어 5월에는 1201대까지 떨어졌다. 3개월 만에 신차 효과가 눈에 띄게 희석된 셈이다. 기아가 6년 만에 내놓은 소형 SUV 셀토스 풀체인지(완전변경)도 마찬가지다. 출고를 시작한 지난 3월에는 4921대를 판매했지만 4월(3580대)과 5월(3169대) 2개월 연속 판매가 줄었다. 작년 7월 출시 이후 월 1000대가량의 판매고를 기록했던 KGM의 중형 SUV 액티언 역시 올 들어 월 500대로 판매량이 감소한데 이어 5월에는 289대까지 줄었다.
고가 수입차 시장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페라리·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포르쉐·벤틀리·마세라티 등 6개 수입 슈퍼카 브랜드의 1~5월 판매량은 전년보다 21.2% 감소한 4174대에 그쳤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자동차 등 내구재 판매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수입차 브랜드 딜러사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주가 전망치가 계속 오르면서 추가 상승을 기대한 자산가들이 차익실현 대신 주식에 돈을 더 집어넣고 있다”며 “신차 가계약을 걸어뒀던 고객들의 이탈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개소세 환원 탓에 차값 100만원 올라
일각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앞세운 테슬라와 BYD 등 수입차는 판매가 늘었다는 점에서 자동차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차값이 각각 4699만원부터인 모델3와 4999만원부터인 모델Y를 앞세운 테슬라는 올 들어 5월까지 판매량이 4만502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8% 증가하며 수입차 판매 1위 브랜드에 올랐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도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이 7023대로 전년보다 무려 558.8%나 급증했다. 5개월 만에 작년 전체 판매량(6097대)을 넘어섰다. BYD 중형 SUV 씨라이언7(4490만~4690만원)은 3360대가 팔리며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모델Y와 모델3에 이은 3위를 차지했다. 초저가 모델 돌핀(2450만~2920만원)과 소형 SUV 아토3(3350만원)도 각각 5위(1683대)와 9위(1278대)에 올랐다. 가격을 앞세운 중국 차가 사실상 국내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제도 개편으로 7월부터 BYD 전기차에 대한 국내 구매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는 점은 악재로 꼽힌다. 차값에 민감한 고객이 많은 특성상 보조금이 끊기면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내수 진작 차원에서 작년부터 이어져온 자동차 개소세 인하(3.5%)가 7월부터 법정세율인 5%로 환원되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개소세 감면 한도는 100만원으로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감소분까지 포함하면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세제 혜택은 143만원이었다. 개소세 인하 종료로 현대차의 경우 쏘나타(차량가 3671만원)는 약 56만원, 그랜저(4783만원 기준)는 약 73만원, 싼타페(4553만원 기준)는 약 69만원, 펠리세이드(5794만원)는 88만원가량 세금이 늘어난다. 다만 전기차는 연말까지 개소세를 최대 300만원까지 감면해준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개소세 환원으로 더 걷히는 세금은 약 3000억원 수준”이라며 “50조원을 웃도는 반도체 초과 세수를 감안할 때 개소세 인하를 종료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하반기 아반떼·BYD PHEV·GV90 출격
현대차는 하반기 준중형 세단 디 올 뉴 아반떼를 시작으로 준중형 SUV 투싼 등 신차로 내수 부진 만회에 나선다. 지난 6월 26일 ‘2026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한 아반떼는 2020년 7세대 출시 이후 6년 만에 나온 완전변경 신차다. 우선 전장과 전폭을 기존 대비 각각 55mm, 30mm 늘려 차체를 키웠다. H자 형태의 주간 주행등과 각진 차체 라인을 통해 날렵한 인상을 더했다. 부분 변경 신형 그랜저에 이어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를 탑재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오는 9월께 플래그십 전기 SUV인 GV90 신차를 내놓는다. 준대형 SUV GV80 하이브리드(2.5 가솔린 터보)도 9월께 출시하고 연말께 G80 하이브리드(2.5 가솔린 터보)를 내놓는다.
가성비를 앞세운 BYD도 이번 부산모터쇼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SUV 씨라이언6 DM-i를 3750만원의 파격적인 가격에 출시했다. 외부 충전을 통해 전기 모드로 70km를 달릴 수 있고 배터리가 소진되면 연료로 주행할 수 있는 PHEV를 동급의 국산 하이브리드 SUV보다 낮은 가격에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부산모터쇼에 참여한 BMW는 글로벌 135대 한정판 플래그십 세단인 BMW 7시리즈 네로 루쏘 에디션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고, 차세대 프리미엄 순수전기 SAV 더 뉴 BMW iX3 등 7종의 모델을 전시했다. BMW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기술을 담은 ‘노이어 클라쎄’의 첫 양산 모델인 더 뉴 BMW iX3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최대 611km에 달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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