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은 크게 올랐고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건설사들이 착공을 기피하게 됐다. 이런 이유로 2022년 월평균 착공 물량은 과거 10년치 평균 수량보다 24%나 감소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 통상 착공에서 입주까지 3년 이상이 걸린다. 그런데 2023년 착공 물량은 과거 10년 평균치에 비해 무려 49%나 줄었다.
2024년 물량도 32% 감소한 수치이고 2025년도 물량이 39% 감소했다. 문제는 2026년 착공 물량이다. 1월부터 5월까지의 평균치가 1만6402채밖에 되지 않는다. 연초보다는 연말에 밀어내기 물량이 있는 것까지 감안한 예상치는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월평균 1만8862채이다. 평년보다 무려 43%나 줄어든 수치이며 2024년이나 2025년에 비해 착공 물량은 더 줄었다. 새 정부 들어서도 착공은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런 공급 부족 현상이 길어지면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집값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 결과를 받아들어야 한다. 땅 없는 서울, 재건축·재개발이 답주택 공급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에 빵이 부족하다면 빵 공장을 밤새 돌려서 빵을 공급하면 된다. 빵을 만들 재료와 노동력만 투입하면 된다. 하지만 주택은 집을 지을 재료, 즉 자재와 노동력만을 투입한다고 주택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다.
집을 지으려면 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그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기존의 도시 인근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는 하는 것이다. 과거에 건설했던 1기 신도시나 2기 신도시, 그리고 지금도 건설 중인 3기 신도시가 대표적이다.
그러면 앞으로도 주택이 부족할 때마다 4기, 5기 신도시를 계속 지으면 될까? 수도권 지도를 펼쳐보자. 서울을 중심으로 서울 외곽에도 빼곡하게 이미 도시들이 들어차 있다.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려면 이들 위성 도시보다 더 멀리 논과 밭이 많은 외곽 지역으로 나가야 한다.
문제는 외곽 지역에 덩그러니 신도시를 지어놓는다고 주택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배를 타고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섬에다 아주 멋진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한다고 사람들이 그 섬으로 이주하지는 않는다. 1년에 어쩌다 휴가 때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면 그 섬에는 갈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본인들의 일자리와의 접근성이 너무 나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멋진 집에서 사는 것 자체는 좋지만 그다음에 무엇을 해서 먹고살 것인가의 문제에 봉착한다.
이런 이유로 주택은 일자리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이나 물리적으로 가깝지는 않아도 접근성이 좋은 곳에 지어야 한다.
단순히 일자리만 많다고 될 일은 아니다. 공공기관들이 이전한 지방도시나 세종시 같은 곳에서는 금요일 저녁만 되면 수도권으로 향하는 행렬이 이어진다고 한다. 학령기 자녀가 있는 경우 기존의 학교나 학원을 이용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고 미혼 직장인의 경우에는 문화시설 등 기존 도시가 주는 각종 인프라를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의 위치는 본인들의 일자리도 가까이 있고 각종 편의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수요가 몰리는 이런 지역에는 이미 주택이 들어차 있으므로 추가 공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 지역으로 진입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이들 주택에 ‘집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급이 어려워진다.
그런데 서울과 같은 지역에는 대규모 공급을 할 수 있는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므로 집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바로 도시재생, 다시 말해 재건축과 재개발이다. 특히 사회기반시설이 낙후한 곳에 짓는 재개발보다는 사회기반시설이 뛰어난 곳에 집을 짓는 재건축의 인기가 높다. 정부, 재건축 억제정책 쓰는 이유
정부는 이런 방향과는 반대로 재건축을 억제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론적으로 재건축이 가장 쉽고 강력한 해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추진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크게 다섯 가지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는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의 집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넘친다. 다만 낡은 집이 수요를 억누르는 요소가 된다. 입지가 좋은 지역에서 사는 것은 좋은데 낡은 집에서 살기에는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입지가 좋은 집이 새 아파트로 바뀐다면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뛰어난 입지의 새 아파트를 싫어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으로 인해 시장을 자극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같은 제도를 통해 이익을 환수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재건축 사업도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지면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재건축을 반대하는 조합원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서 재건축 사업은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다.
결국 재건축 사업성이 좋으면 수요가 몰리면서 주택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면 착공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둘째는 재건축 사업 기간 동안 임대 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재건축이 진행되면 공사 전보다 공사 후의 아파트 수가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급 효과가 발생한다. 이주부터 철거, 아파트 건설, 입주까지 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고 이 기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주택 수가 줄어든다.
재건축 이전에 그 집에 집주인이 살았든 세입자가 살았든 상관없이 재건축이 진행되면 이주 기간 동안에는 그 집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매매이든 임대이든) 인근 지역의 주택 수요로 전환된다. 이 때문에 대대적으로 재건축이 진행되면 인근 지역의 임대 시장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재건축 사업은 공사 기간 중에는 임대 수요는 늘리고 임대 물량은 줄이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이유로 과거 정권들에서도 재건축을 허가해주지 않는 명분으로 전세난 발생 가능성을 들었다.
다음 칼럼에서는 재건축 사업을 방해하는 복병 중 나머지 3개는 무엇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활성화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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