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前 APG자산운용 홍콩오피스 상무,
30여 년 투자 경험 바탕으로 <주식시장 흐름 다시 읽는 법> 펴내

<주식시장 흐름 다시 읽는 법> 펴낸 김정남 전 APG자산운용 홍콩 오피스 상무
<주식시장 흐름 다시 읽는 법> 펴낸 김정남 전 APG자산운용 홍콩 오피스 상무
“주식시장에선 미래를 맞히는 능력보다 확률적으로 유리한 게임을 오래 지속하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김정남 전 APG자산운용 홍콩오피스 상무는 “투자에는 정답도 왕도도 없다”고 했다. 그는 “시장을 이해하고 자기 성향에 맞는 투자 원칙을 세운 사람만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김 전 상무는 25년 넘게 아시아 주요 주식시장에서 활약해온 글로벌 투자 전문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부스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미래에셋자산운용 공채 1기로 입사해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자산운용을 거쳐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하는 네덜란드 공적연금을 굴리는 APG운용에서 한국·중국·일본·호주 시장을 담당했다. 그가 맡았던 운용자산 규모만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그간 익힌 투자 경험을 통해 ‘주식시장 흐름 다시 읽는 법’이란 책을 냈다. 일본의 전설적 테크니컬리스트인 우라가미 구니오의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을 오마주한 책이다.

이번 책을 쓰게 된 계기와 함께 우라가미 구니오의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을 다시 다룬 이유는 무엇입니까.
“업계에 들어올 때부터 쉰 살이 넘으면 내가 배운 것을 정리한 책을 쓰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25년 넘게 한국과 일본, 중국, 호주 등 여러 시장과 다양한 경기 사이클을 경험했고 그 지식을 개인투자자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우라가미의 책은 입사 1년 차 때 처음 읽은 뒤 30년 넘게 반복해서 본 몇 안 되는 투자서입니다. 종목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구조적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는 점이 특별했습니다.”

36년 전 나온 책을 지금 현실에 맞게 다시 쓴 이유와 원작과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원작은 1990년 일본 버블경제 붕괴 직전에 나온 책이라 지금 한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근본 원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금리와 경기, 기업 이익이 시장을 움직입니다. 저는 여기에 실질금리 개념과 가치주·성장주 등 스타일 팩터 분석, 위험관리와 종목 선택 방법을 더했습니다. 시장의 흐름뿐 아니라 실제 투자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까지 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주식투자의 교과서’가 아니라 ‘매뉴얼’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다른 사람의 성공 공식을 따라해서는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교과서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왜 움직이는지 이해하면 환경이 바뀌어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투자 비법이 아니라 시장을 이해하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 책입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투자 원칙과 철학을 만드는 출발점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25년 가까이 해외 기관투자가로 활동했습니다. 그 경험이 투자 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연기금은 일반 자산운용사보다 투자 기간이 훨씬 길고 위험관리도 매우 체계적입니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운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몸으로 배웠고 그 경험이 제 투자 철학의 바탕이 됐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사계론’으로 보면 지금 한국 증시는 어느 계절입니까.
“지금은 여름, 즉 실적장세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기업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국면입니다. 아직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이 본격화되지 않아 실질금리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최근 코스피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실적장세에서는 기업 이익이 시장 상승의 핵심 동력이 됩니다.”

실적장세라고 하셨는데 지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변수는 무엇입니까.
“결국 기업 이익과 실질금리입니다. 기업 이익이 계속 개선되는지,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으로 실질금리가 얼마나 올라가는지가 시장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것입니다. 시장은 언제나 금리와 경기, 기업 이익이라는 세 축 위에서 움직입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언제 끝날지를 가장 궁금해합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지금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파벳 같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PC와 스마트폰이 수요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AI가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습니다. 단순한 경기 회복보다 구조적 성장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렇다면 반도체주도 계속 좋다고 봐야 합니까.
“산업 전망과 투자 성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산업이 좋아도 주가가 기대를 모두 반영했다면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지금 가장 우려하는 변수는 시장 쏠림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자금이 지나치게 몰려 있어 AI 투자 속도가 둔화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책에서 행동경제학과 효율적 시장가설, 적응적 시장가설, 소로스의 재귀이론 등을 함께 다룬 이유는 무엇입니까.
“투자는 숫자의 게임 같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심리가 지배합니다. 시장은 사람들의 기대와 두려움이 모여 움직이고, 경제를 반영하는 동시에 경제를 바꾸기도 합니다. 어느 한 이론만으로 시장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투자자는 다양한 관점을 함께 이해해야 시장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무엇입니까.
“대표적인 것이 ‘앵커링’(닻내림 효과)입니다. 배가 닻을 내리면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듯 처음 입력된 정보나 숫자가 기준점(닻)이 되어 이후의 판단을 왜곡하는 심리 현상입니다. 주식이나 코인이 폭락하면 손실의 고통이 너무 커서 합리적인 매도를 포기하고 내가 산 매입 가격(본전)이 올 때까지 막연히 기다리거나 무리하게 물타기(추가 매수)를 하는 거죠. 이 같은 앵커링이 작은 손실을 큰 손실로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내 매입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은 현재 가격과 미래 가치만으로 해야 합니다.”

기관투자가로 오래 활동하며 얻은 가장 중요한 투자 원칙은 무엇입니까.
“기관투자가들은 좋은 종목을 찾는 것만큼 위험관리에 많은 시간을 씁니다. 연기금은 얼마를 벌 수 있는가’보다 얼마를 잃을 수 있는가’를 먼저 봅니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유리한 의사결정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입니다. 시장도 알아야 하지만 자기 자신을 더 잘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투자 성향과 위험 감내 수준에 맞는 원칙을 세우고 일관되게 실행하는 사람이 결국 오래 살아남습니다.”

초보 투자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외우려 하기보다 시장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큰 흐름부터 이해했으면 합니다. 그다음 자신의 투자 방식과 연결해 보면 여러 번 읽을수록 새로운 부분이 보일 것입니다.”

글=은정진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