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카이사 이트코넨 EU 집행위원회 에너지 담당 대변인은 "에어컨 설치 여부는 시민의 선택이며 집행위원회가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건물 에너지 효율과 냉난방 시스템 전력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은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유럽을 강타한 이상 고온으로 최소 130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으며, 일부 지역은 섭씨 44도에 육박하는 기온을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에서 매년 약 17만5000명이 폭염과 관련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에어컨 설치를 둘러싼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 폭염에도 에어컨 못 다는 이유대표적인 이유는 환경 문제다. 에어컨 사용이 전력 소비를 늘리고 전력망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실외기로 배출되는 열이 도시 열섬현상을 악화시켜 기후위기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입소스가 지난 6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프랑스인의 78%는 "에어컨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응답자 6명 가운데 1명은 지구를 위해 무더위를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경제적·구조적 요인도 작용한다. 전기요금 부담이 큰 데다 노후 건물이 많아 냉방 설비를 새로 설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CNN은 유럽이 미국보다 에너지 가격은 높고 평균 소득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가 많아 에어컨 운영비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유럽에는 에어컨의 대중화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 많아 중앙 냉방 시스템을 새로 설치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영국 등 북유럽 국가의 주택은 여름철 폭염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경우가 많으며, 영국 주택 6채 중 1채는 1900년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설치를 제한하는 사례도 흔하다. 실제 WSJ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마레에서는 희귀 유전질환을 앓아 휠체어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30대 남성이 에어컨 설치를 허가받지 못해 이웃 주민들과 2년 넘게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실외기 소음 등을 이유로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염에 달라진 유럽… 이동식 에어컨 판매 급증다만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유럽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유럽에서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중국 메이디, 일본 미쓰비시전기 등 아시아 가전업체들의 에어컨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홍콩 성도일보는 특히 유럽에서 설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메이디의 올해 상반기 서유럽 에어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증가했으며, 그리전기의 올해 1~6월 유럽 판매량도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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