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는 이번 기획에서 서울 집값을 움직이는 새로운 변수들을 추적했다. 시장을 움직이는 새로운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를 통해 짚어봤다.
◆대출 조이고 공급 발표했지만 시장은 다시 불장
지난해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카드는 ‘1인당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이었다. 집값 급등세를 차단하기 위해 초강력 대출 규제를 꺼내든 것이다. 이 대통령도 정책을 설계한 금융당국을 향해 “잘하셨습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강한 시장 안정 의지를 드러냈다.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6·27 대책으로 한동안 숨을 고르던 서울 집값은 9월 들어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시작으로 한강벨트(마포·용산·성동·광진구 등)와 서울 전역으로 매수세가 확산하면서 시장은 다시 ‘불장’ 분위기로 돌아섰다.
정부는 9·7 공급대책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서울 도심의 민간 신축 공급은 부족했고 실제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는 중장기 계획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당장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실수요자들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고 오히려 “지금 사지 않으면 더 늦는다”는 추격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정부는 다시 칼을 빼 들었다.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확대하고 주택 가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추가 규제를 내놨다. 수요를 다시 꽉 조이겠단 의도다. 정부는 올해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며 잠겨 있던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하는 정책도 병행했다.
하지만 시장의 상승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더 뛰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6·27 대책 직후 13억9500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년이 지난 현재 15억8600만원으로 1억9100만원 상승했다. 특히 강남구는 32억4700만원에서 34억5300만원으로, 서초구는 30억4200만원에서 33억1600만원으로, 송파구는 21억1300만원에서 24억6100만원으로 올랐다.
상승세는 서울 핵심지를 넘어 서울 강북과 과천·분당·수원 등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번졌다. 여기에 반도체 산업 호재로 동탄·기흥·구리에 매수세가 몰리자 정부는 첫 부동산 대책 발표 1년 만에 이들 지역을 신규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7월 말 발표할 세제개편안에는 부동산 세제개편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6월 2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성과급과 임금 인상, 수출 대금 유입 등으로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등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지난 1년간 부동산 정책에 대해 대체로 박한 평가를 내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학교 성적으로 따지면 D학점 정도”라며 “규제는 잇따라 내놨지만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키지 못했고 풍선효과와 전월세 불안까지 겹쳤다”고 평가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은 1년 새 10.5% 상승했다. 반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741건으로 전월보다 12.0%, 월세 거래량은 7429건으로 15.9% 각각 감소했다.
김 소장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주택자들이 저렴한 전월세 물량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규제를 강화하면서 민간 임대시장 자체가 위축됐다”며 “다주택 규제를 완화하거나 추가 재원을 공공임대 확충 등에 투입해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집값 안정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기보다 주거복지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부동산도 자산인 만큼 통화량이 증가하는 환경에서는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막기 어렵다”며 “정부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누르려 하기보다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복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제 개편 방향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서 교수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강화하면 시장참여자들이 집을 사고팔기보다 버티기를 선택하게 된다”며 “결국 거래가 위축되고 그 부담은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세제는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갖춘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공급의 실행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요와 공급 문제가 해결돼야 대출이나 세제 같은 정책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문도 명지대 대학원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는 “시장에는 물량과 분양가, 공급 시기에 대한 명확한 신호가 필요하다”며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의 확정된 공급 일정을 제시하고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분양가 정책을 함께 내놔야 패닉바잉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반도체·AI 로봇 중심의 전국 산업 거점 조성)와 균형발전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서울 집값을 단기간에 안정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소장은 “결국 사람을 지방으로 보내려면 일자리와 교육,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며 “전남대와 전북대, 경북대, 부산대 같은 거점 국립대에 과감하게 투자해 경쟁력을 높이고 전력과 용수 등 산업 기반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 지방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10~20년이 걸리는 만큼 임기 내 성과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인구 감소 시대에 실제로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과제”라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메가 프로젝트가 당분간은 지방 주택시장보다 토지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개발 기대감으로 일부 지역의 토지 가격은 움직일 수 있지만 서울 주택을 처분해 지방으로 이동하는 수요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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