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민의 끝까지 간다]
6일 삼성SDS 창사 첫 노조 설립···조합원 가입 신청 약 6시간 만에 2734명 가입
권오경 지부장 "동료들의 권익과 존엄 지켜줄 것"

삼성SDS CI(한경DB)
삼성SDS CI(한경DB)
성과급 개편 논란으로 사측과 임직원 간 갈등을 겪어 온 삼성SDS에서 창사 이래 첫 노동조합이 공식 출범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성과급 개편 논란이 불씨가 돼 노조 설립까지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SDS지부는 출범 선언문을 발표하고 조합원 가입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앞서 노조 접수 개시 약 2시 간 만에 2000명을 넘어 선 이후 현재 18시 20분 기준 노조 가입자 수는 2734명이다. 노조는 전체 임직원 약 1만 1000명의 과반 이상 가입자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SDS 노조는 초기업 단일노조 산하 지부 형태로 설립됐다. 이 방식은 개별 기업노조와 달리 별도 설립 신고 없이 출범이 가능하다. SDS 내부에는 사원대표기구인 미공감협의회가 존재하나 이번 노조 설립은 별도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던 삼성SDS의 노조 출범 배경에는 성과급 제도 개편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삼성SDS는 최근 기존 현금 성과급인 목표인센티브(PI)를 폐지하고 연봉의 20%를 기준으로 자사주를 지급하는 방식의 성과보상 체계 개편을 추진하며 구성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사측은 지난달 29일 종료 예정이었던 투표를 오는 7일까지 연장하면서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날 사내게시판을 통해 게시글을 올린 권오경 삼성SDS 지부장은 "처음 개편안을 접했을 때, 큰 실망과 혼란을 느꼈다. PI제도의 폐지, 성과급 기준의 변경, 인사제도 변경 등에 대해 명확한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원했던 것은 무지성의 성과급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성과급 평가 과정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많은 동료들의 신뢰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14년차 평범한 일개 직원, 강한 존재감도 없는 소심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한 권 지부장은 "'노조 없는 SDS는 이래도 된다'는 무시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나서게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우리는 SDS 동료들의 권익과 존엄을 지켜줄 초기업노조 삼성SDS 지부를 공식적으로 출범한다"고 밝혔다.

권 지부장은 노조 출범과 함께 ▲합리적인 회사 성장의 동반자 ▲모든 직원을 위한 조합 ▲투명한 소통 최우선 ▲조합비 운영의 투명성 등을 약속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SDS 직원 A씨는 "컴퓨터만 만지는 순둥이들이라 그동안 노조 만들 생각도, 총대를 맬 사람도 없었는데, 이번 성과급 개편이 불씨를 짚힌 것 같다"며 "과반 노조가 돼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노조 측은 성과급 개편 절차가 위법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된다고 판단될 시, 가처분 신청과 투표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