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간 걸 후회한다"...학자금 대출에 은퇴 못 하는 미국 노인들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이 청년층을 넘어 노년층의 은퇴까지 위협하는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빌린 돈이 수십 년간 남아 있거나, 자녀의 학비를 대신 부담한 부모 세대가 은퇴 이후에도 빚을 갚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약 300만 명의 미국 노년층이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0대인 그들은 학자금 대출 때문에 은퇴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학자금 대출 부담이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의 은퇴 시기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60대인 크리스와 캐롤린 맥컬리프 부부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들이 여전히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은퇴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가 처음 빌린 학자금 대출은 11만4000달러(약 1억7000만원)였지만, 복리 이자가 붙으면서 현재 잔액은 50만 달러(약 7억6000만원)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크리스는 WSJ에 “대학에 간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며 “7월부터 월 상환액이 3000달러(약 450만원)로 올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약 세 배 늘어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교육 통계 분석 기관 에듀케이션 데이터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62~80세)의 평균 연방 학자금 대출액은 4만2780달러(약 6500만원)에 달한다.

학자금 대출 상환액은 은퇴자의 고정 수입에도 부담을 준다. 미국 사회보장국(SSA)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은퇴 근로자의 평균 사회보장연금은 월 2071달러(약 310만원)다. 평균 학자금 대출 상환액인 월 390달러(약 60만원)를 감안하면, 사회보장연금의 약 19%를 학자금 대출 상환에 써야 하는 셈이다.

자녀의 학비를 위해 빚을 낸 부모 세대도 적지 않다. WSJ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로버트 리(71)는 29년 전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해 6만6000달러(약 1억원)를 빌렸지만 여전히 5만1000달러(약 7700만원)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부모가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빌리는 ‘부모 학자금 대출(Parent PLUS Loan)’은 고령층 학자금 부채 문제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상환 제도의 복잡성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연방 학자금 대출은 상환 계획과 탕감 프로그램이 여러 차례 개편되면서 고령 차주들이 제도를 이해하고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에듀케이션 데이터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공공서비스 학자금 대출 탕감은 사실상 승인받기 어려운 수준으로, 지난해에는 신청 건수의 93%가 거부됐다.

여기에 상환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6년 7월부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했던 소득 기반 상환 제도 SAVE 플랜이 종료되면서 700만 명 이상의 차주가 다른 상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보다 상환 선택지가 줄고 월 납입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미국 은퇴자들의 재정 여력이 이미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클레버 리얼에스테이트가 올해 1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은퇴자들은 2026년 편안한 은퇴 생활을 위해 평균 82만3800달러(약 12억5600만원)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실제 평균 저축액은 28만8700달러(약 4억4000만원)에 그쳤다.

WSJ는 학자금 대출이 더 이상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후의 재정 안정성까지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복리 이자와 장기 상환 구조가 맞물리면서 원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갚고도 빚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