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공시 직행에 기업 책임 커져
그린워싱 예외 판단 기준 쟁점
경영진 내부통제 의무 부각

서울 내자동 김앤장 변호사 사무실. 사진=한경DB
서울 내자동 김앤장 변호사 사무실. 사진=한경DB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가 2028년부터 법정공시로 곧바로 도입되면서 기업의 공시 책임이 한층 무거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법무법인 김앤장은 8일 금융위원회의 ESG 공시 제도화 최종안 발표와 관련해 도입 초기 3년간 공시정보 전반에 포괄적 면책이 적용되지만, 이 기간을 단순 유예기간이 아니라 공시 인프라와 내부 검증체계를 갖추는 준비기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당정협의회를 거쳐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최종안을 발표했다. 2028년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공시를 의무화하고, 2029년에는 5조원 이상으로 대상을 넓힌다. 2030년에는 공시 상황을 평가해 2조원 이상 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거래소 공시가 아니라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공시로 곧바로 시행할 예정이다.

2028~2030년 면책, 준비기간으로 봐야

김앤장이 주목한 대목은 제도 도입 초기 3년간 적용되는 포괄적 면책이다. 2028년부터 2030년까지 공시정보 전반에 대해 책임이 면제되지만, 김앤장은 이를 단순한 유예기간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봤다. 면책기간은 공시를 느슨하게 해도 되는 시간이 아니라, 기업이 공시 인프라와 내부 검증체계를 갖춰야 하는 준비기간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고의적 그린워싱은 2028~2030년 포괄적 면책기간에도 면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앤장은 향후 어떤 공시 오류가 단순 실수인지, 고의적 왜곡인지가 실무상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기업은 면책기간 중에도 공시 근거와 산정 절차, 내부 검토 과정을 문서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31년 이후에는 기업 부담이 더 커질 예정이다. 예측정보,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정보, 협력업체 등 제3자로부터 받은 정보처럼 불확실성이 큰 항목에만 면책(세이프 하버)가 적용되서다. 일반적인 공시 오류나 내부 관리 부실에는 통상적인 법정공시 책임이 적용될 수 있다.

2030년 인증 대비 데이터 근거 축적해야

제3자 인증 의무화도 기업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공시 의무화 개시 2년 뒤인 2030년부터 제3자 인증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김앤장은 연결 종속회사와 공급망 데이터의 출처, 산정 방법론, 소명자료를 미리 축적하지 않으면 인증 단계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SG 공시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작성 업무를 넘어 내부통제 과제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김앤장은 기업들이 법무·컴플라이언스 기능을 포함한 ESG 공시 전담 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사회와 경영진이 공시 준비 상황을 실질적으로 보고받고 감독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봤다. 데이터 수집부터 최종 공시까지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향후 그린워싱 논란이 발생했을 때 경영진의 주의 의무 이행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시정보는 자금조달과도 연결될 전망이다. 기관투자가와 금융회사가 ESG 공시정보를 책임투자와 전환금융 심사에 활용할 경우, 공시 품질은 기업의 자본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 김앤장은 현재 의무화 대상이 아닌 기업도 향후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