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IF “공시 책임성 약화 우려”
녹색전환연구소 “검증·책임 공백”
스코프3 유예 단축도 요구

정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최종안에 대해 지속가능금융·기후정책 싱크탱크들이 공시 대상 확대와 법정공시 도입은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3년간 포괄적 면책에는 우려를 제기했다. 공시 제도의 목적이 투자자와 이해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는 만큼, 면책 범위와 기간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정교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8일 논평을 내고 “공시 대상 확대와 법정공시 시작은 초안보다 개선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2028년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2029년 5조원 이상 기업까지 ESG 공시 의무를 확대하고, 공시 채널도 거래소 공시가 아니라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공시로 시작하기로 했다.

3년 면책, 공시 책임성 약화 우려

KoSIF가 가장 크게 문제 삼은 대목은 면책제도다. 정부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제도 도입 초기 3년간 공시정보 전반에 면책(세이프 하버)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업 부담을 덜고 제도 안착을 유도한다는 취지지만, 싱크탱크들은 공시의 책임성과 신뢰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봤다.

KoSIF는 “공시정보 전체에 대한 3년 동안의 면책 적용은 제도 안착과 기업 부담 완화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공시의 책임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면책 범위와 기간은 제3자 인증 제도와 연계해 자본시장법과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공시제도의 취지가 몰각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녹색전환연구소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정영주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연구원은 “법정공시를 첫해부터 도입하고 공시 대상을 넓힌 점은 분명한 진전”이라면서도 “제3자 인증이 2030년에야 시작되고 초기 3년간 포괄적인 면책이 함께 적용되면 검증도 책임도 담보되지 않은 정보가 시장에 먼저 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검증 없는 정보 먼저 쌓일 가능성

싱크탱크들이 우려하는 핵심은 공시와 검증, 책임 사이의 시차다. 정부안대로라면 ESG 공시는 2028년부터 시작되지만 제3자 인증은 2030년부터 의무화된다. 여기에 2028~2030년 포괄적 면책까지 적용되면 초기 시장에 축적되는 공시정보의 신뢰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공시 제도의 목적이 투자자와 이해관계자가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증 개시 시점을 앞당기거나 면책 범위를 한정해 공시·검증·책임 간 시차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스코프 3(공급망) 배출량 공시 유예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 대상이 됐다. 정부 최종안은 스코프3 공시를 최초 의무공시 시점보다 3년 늦춘 2031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KoSIF는 스코프 3 정보가 면책제도에 포함될 수 있는 기후정보인 만큼 3년 유예가 아니라 1년 유예로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코프3 빠지면 기후 리스크 평가 한계

스코프 3는 원재료 조달, 운송, 제품 사용 등 기업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KoSIF는 CDP 분석을 인용해 스코프 3가 평균적으로 기업 전체 배출량의 약 7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스코프3 정보가 빠진 기후공시만으로는 기업의 실질적 기후 리스크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KoSIF는 “스코프3 산정과 관련해서는 지식과 경험, 인프라 축적이 중요하지만 유예된 시간이 경험 축적이 아니라 지체된 시간에 그친 사례가 많다”며 “ISSB 방침과 국제 투자자 그룹, 국민연금 등의 요구처럼 1년 유예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기업 온실가스 배출의 실질적 몸통은 공급망 전반을 포괄하는 스코프 3”라며 “기업에 준비 기간을 더 주는 것보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우선 공시를 시작해 실전에서 관리 역량을 키워나가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종오 KoSIF 사무총장은 “ESG 정보는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선순환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고 작동하게 하는 핵심 기반”이라며 “국회에서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책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면책제도, 스코프3 배출량, 제3자 인증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