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 규제 완화 논의해야 할 시기
오프라인 망하는데 쿠팡만 훨훨

파산 수순 홈플러스…기업의 비극인가 산업의 종말인가
29년의 역사를 지닌 대형마트 업계 2위. 한때 매출 9조원에 육박하던 회사. 홈플러스가 좀비 기업으로 전락했다. 버는 돈으로 이자조차 제대로 갚지 못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고 결국 파산 수순에 접어들었다. 한때 유통업을 대표했던 기업의 추락이다.

홈플러스 파산으로 대형마트 산업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시작된 유통산업발전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홈플러스, 사실상 파산홈플러스가 오늘(13일) 전 점포의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운영자금 고갈과 시설 유지, 관리 어려움 탓이다. 몰 부문은 입점주들이 원하는 경우 영업을 계속 한다.

홈플러스 측은 "운영자금이 모두 고갈돼 상품대금 지급은 물론 유틸리티 비용 등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 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더 이상 매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어 보안 및 안전 유지를 위해 13일부터 상황 변화가 있을 때까지 본사 및 대형마트 매장 모두 임시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7월 3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6월 30일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4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통상 개시일로부터 1년이지만 최장 6개월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당초 업계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따져 법원이 한 차례 더 기한을 연장해 1년 6개월의 시간을 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법원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계획안에는 대형마트를 67개 핵심 점포로 재편해 사업성을 개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회생계획의 최소 자금인 2000억원의 조달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원은 “메리츠로부터 2000억원을 긴급운영자금(DIP) 금융으로 추가 차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할 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소명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메리츠 측은 김병주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원의 DIP 대출을 제공할 의사는 있으나 그 이상은 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 MBK 선택, 그때도 ‘잘못’ 지금도 ‘잘못’ 법원은 홈플러스가 2주 안에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해 즉시항고할 경우 회생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가능성은 낮다.

홈플러스는 폐지 결정이 나오자 입장문을 통해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채권자와 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사실상 파산 수순에 접어들었다. 법정관리 기간에는 금융채권 상환이 유예되고 협력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가 전액 변제되지만 파산이 결정되면 홈플러스가 가진 자산을 현금화해 채권자에게 나눠주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에 홈플러스 지분 100%를 보유한 MBK파트너스의 판단이 섣불렀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홈플러스는 부도가 나지 않았는데 법정관리를 신청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회사 측은 “향후 금융채권 상환이 유예됨에 따라 금융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며 “홈플러스의 현금 창출력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현금수지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정관리에 따른 이미지 타격으로 방문객이 크게 줄어들면서 현금 마련이 어려워졌다. ◆ 대형마트 산업 위축…경쟁사도 투자 여력 없어현재 홈플러스 자가 점포 62개는 메리츠 신탁 담보로 잡혀 있다. 신탁 담보는 일반적인 경매 절차에 포함되지 않는다.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가 독자적으로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는 2024년 홈플러스 부동산·유형자산 등을 신탁자산으로 받고 선순위 대출 1조3000억원을 지급했다. 파산 이후 메리츠는 점포 처분으로 원리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파산으로 대형마트 산업은 축소된다. 2025년 기준 대형마트 3사의 전국 점포 수는 362개(이마트 133개, 홈플러스 117개, 롯데마트 112개)였다.

홈플러스는 37개 점포의 폐점을 결정하고 순차적으로 점포를 줄여나가고 있다. 홈플러스는 67개 점포만 남겨둘 예정이지만 자산 현금화로 이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 홈플러스가 사라질 경우 대형마트 점포는 총 245개로 축소된다.

경쟁사의 점포 확대 여력도 크지 않다. 이커머스가 자리 잡으면서 대형마트 수익성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오프라인 시장은 1~2인 가구 중심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대형마트 신규 출점 전략을 보수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결국 홈플러스의 잔여 점포가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 업계 관계자는 “동선이나 위치 등을 고려할 때 매력적인 점포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 업계 재편은 일시적, 실효성 있는 변화 생겨야경쟁사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비슷한 상권에 포함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홈플러스 폐점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홈플러스 매출은 5조7963억원이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매출 약 1조원 추산)를 제외할 경우 마트 사업 매출은 4조8000억원이다.

홈플러스 매출의 30%가 경쟁사로 이동할 경우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직접적으로 받는 수혜는 1조4000억~1조5000억원에 달한다. 2024년 정상 영업 기준 매출로 계산할 시 2조원 이상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양사 영업이익은 3000억~4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통업태라도 소비자 수요의 목적성이 다르기 때문에 대형마트의 수요는 대형마트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사 수혜는 단기적 효과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실효성 있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2012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필수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영업제한시간·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 또 월 2회 의무휴업일을 공휴일 중 지정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이 침체돼 있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오프라인 규제로 온라인만 수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해 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지역의 새벽배송이 활성화되도록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시간 온라인 배송도 허용해야 한다.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두고 “유통 환경이 10여 년 전과 달라진 만큼 제도가 과거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전통시장 상권 침해보다는 온·오프라인 간 규제 형평성 확보 및 적극적인 정책적 변화(의무휴업일 전환, 새벽배송 허용 등)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