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만남 비용 부담 93%… 만남 횟수 줄이는 '프렌드플레이션' 확산

밥값·커피값 오르더니... Z세대, 친구부터 덜 만난다
물가 부담이 Z세대의 친구 관계까지 바꾸고 있다. 외식비를 비롯해 친구를 만나는 데 드는 비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이른바 '프렌드플레이션(Friendflation)' 현상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만남 횟수 자체를 줄이는 청년층도 늘고 있다.

10일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달 Z세대(1995~2012년생) 6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는 물가 상승으로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주 있다'는 응답은 49.1%, '가끔 있다'는 응답은 43.9%였다.

이 같은 부담은 실제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의 71.2%는 최근 1년 동안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 관련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비용을 줄인 방식으로는 '만남이나 모임 횟수 자체를 줄였다'는 응답이 83.9%로 가장 많았다. 외식 비용을 줄였다는 응답은 27.3%, 음주 비용은 18.9%였다. 공연·전시 등 문화생활 비용(13.1%)과 생일·기념일 비용(12.4%)을 줄였다는 응답도 이어졌다.

가장 먼저 줄인 것은 친구와의 약속이었다. 관련 지출을 줄였다고 답한 응답자의 88.8%는 동창·동기 등 친구와의 만남을 줄였다고 답했다. 썸이나 연인을 포함한 이성 친구와의 만남을 줄였다는 응답은 19.2%였고, 직장 동료와의 만남은 16.6%였다. 이어 동호회(6.8%), 경조사(5.8%) 순으로 나타났다.

친구를 만나는 빈도도 높지 않았다. Z세대의 20.8%는 친구를 '월 1회 미만' 만난다고 답했으며, 월 2회(18%), 월 1회(13.8%), 주 1회(13.3%), 월 3회(12%)가 뒤를 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64.6%는 친구를 일주일에 한 번도 만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친구와의 만남에서 가장 부담되는 비용은 식사비였다. 친구와의 만남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응답자의 78.4%가 식사비를 꼽았으며, 커피·디저트 비용(40.1%), 주류비(29.7%), 생일·기념일 비용(25.8%), 여행 비용(22.4%), 공연·전시 등 문화생활 비용(20.6%)이 뒤를 이었다.

한 번 친구를 만날 때 가장 많이 쓰는 금액은 3만~5만원이었다. 응답자의 39.4%가 1회 평균 지출액으로 '3만원 이상 5만원 미만'을 선택했고, 5만원 이상 7만원 미만(22.1%), 1만원 이상 3만원 미만(22%) 순으로 나타났다. 또 '1회 지출이 얼마를 넘으면 부담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33.4%가 5만원을 꼽았고, 3만원(19.1%), 4만원(12.8%)이 뒤를 이었다.

비용 부담은 만나는 사람을 고르는 기준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부담되는 친구 유형으로는 '비싼 맛집만 찾는 친구'가 5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술자리를 선호하는 친구(33.3%), 자주 만나자고 하는 친구(31.3%), 여행을 자주 제안하는 친구(20.8%), 생일이나 기념일을 중요하게 챙기는 친구(19.1%) 순이었다.

밀레니얼 세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알바천국이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생) 544명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진행한 결과, 90.8%가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 비용을 부담스럽게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1년간 관련 지출을 줄였다는 응답도 75.6%에 달했다.

다만 비용을 줄인 대상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관련 지출을 줄인 밀레니얼 세대 가운데 37.7%는 직장 동료와의 만남을 줄였다고 답해 Z세대(16.6%)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비중이 높은 Z세대가 친구와의 만남을 우선 줄였다면, 직장생활 비중이 큰 밀레니얼 세대는 업무와 연결된 인간관계 비용까지 조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