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4시 30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5.37%(33만5000원) 내린 184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AI 반도체 고점론이 불거졌던 6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시가총액 상위주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 전체의 투자심리 또한 위축되어 코스피 지수 역시 장중 7000선이 붕괴됐다.
이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ADR이 공모가(149달러) 대비 12.76% 오른 168.01달러에 첫 거래를 마친 것과 대조적이다. 해외 기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의 ADR 상장에 성공했지만 국내 본주는 하루 만에 급락하며 국내외 시장의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디커플링의 주된 원인으로 '상장 호재 선반영에 따른 재료 소멸'을 꼽는다. 나스닥 상장 기대감이 국내 본주 가격에 선반영됐던 만큼 상장이 완료되자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대거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의 매매 전략도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UBS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ADR은 매수하고 한국 거래소의 본주는 매도하라"는 전략을 제시했다.
‘2분기 실적 전망치 조정’ 또한 투자심리 위축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전망치로 매출 80조 9,000억원, 영업이익 60조 4,000억원을 제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4%, 556% 증가한 호실적이지만 시장 전망치인 65조원보다는 약 8%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를 실적 피크아웃 신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실적 우려 때문이 아니라 이미 체결된 장기공급계약(LTA)을 바탕으로 가격 가정을 현실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산업이 LTA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향후 기업 가치는 '높은 수익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ADR과 본주 간 가격 괴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대만의 TSMC를 대표적인 선례로 꼽는다. TSMC는 본주를 대만증권거래소(TWSE), ADR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각각 상장하고 있다. 상장 초기에는 ADR과 본주 간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대만 본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며 격차를 좁힌 바 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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