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Z세대 5명 중 1명은 ‘캥거루족’… 역대 최다
취업난과 집값 상승으로 미국 Z세대의 독립이 늦어지고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이 역대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어난 가운데, 독립보다 저축을 우선하는 것이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존 번스 리서치 앤 컨설팅이 미국 인구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5~34세 미국인의 약 20%가 부모 또는 조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비즈니스 인사이더(BI)는 "엄마, 아빠가 Z세대의 새로운 룸메이트가 되고 있다"며 "첫 자취방을 구하거나 생애 첫 집을 마련하는 대신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는 대학 졸업 후 독립해 첫 자취방을 구하거나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인 성인 과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높은 집값과 월세, 어려운 취업 시장이 겹치면서 결혼과 출산은 물론 독립까지 미루는 청년이 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는 경제적으로 실패했다는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생활비를 줄이고 종잣돈을 모으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독립을 미루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BI가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닉 채프먼(30)은 월 1550달러(약 233만원)의 월세를 감당할 수는 있었지만 저축이 어려워 부모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살 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며 부모와 함께 살면서 여행도 하고 저축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미국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꼽는다. 코로나19 이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졌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타터 홈(starter home)' 공급도 크게 줄었다.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주택 위주로 공급하면서 사회초년생이 처음 구매할 만한 주택은 갈수록 찾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임대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 평균 월세는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약 30% 상승했고,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학자금 대출을 안고 있는 비율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가 내 집 마련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사회에 진출했던 밀레니얼 세대 역시 한동안 부모와 함께 살며 독립을 미뤘지만, 현재는 X세대와 비슷한 수준의 주택 보유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구통계학자 에릭 피니건은 "잃어버린 인생 단계가 아니라 단지 늦어진 인생 단계일 뿐"이라며 "경제 여건이 개선되면 Z세대 역시 결국 주택시장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인구 증가 둔화와 스타터 홈 공급 감소 등 구조적인 변화가 겹친 만큼 Z세대의 독립과 내 집 마련 시기는 이전 세대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