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급락에도...애플 주가 '사상 최고치'
애플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린 데다, 원가 상승 부담에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 주가는 이날 317.31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25일 기록한 저점(275.15달러) 이후 약 16% 반등했고, 시가총액은 4조6600억달러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10% 하락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 나스닥100지수는 0.3% 오르는 데 그쳤다. 애플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17%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 가운데 가장 높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피로감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애플로 자금이 이동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라이 스트래티직 파트너스의 마크 브론조 최고투자전략가는 "AI 인프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애플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형 시리 출시 지연 등으로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애플의 보수적인 전략이 오히려 강점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강세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마진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애플은 지난달 25일 맥과 아이패드, 홈 기기 가격 인상을 발표했으며, 당시 주가는 2025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9월 출시를 앞둔 아이폰18 프로 맥스의 부품 원가가 전작보다 45만원가량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애플은 메모리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반도체 업체 두 곳의 제품을 중국 판매용 기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월가에서는 수요 위축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JP모건 새믹 채터지 애널리스트는 지난 7일 "애플은 과거에도 가격을 인상했지만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했다"며 가격 인상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들은 9월 공개 예정인 폴더블 아이폰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협력업체들에 올해 폴더블 아이폰 생산 목표를 기존 700만~800만대에서 약 1000만대로 확대해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실적 개선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매출은 약 15%, 순이익은 17% 증가해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4배로 테슬라를 제외한 M7 가운데 가장 높다. 애널리스트의 매수 의견 비중도 61%로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엔비디아(90%)보다 낮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