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쓰면 죄책감"…Z세대 절반, 회사에선 '몰래' 쓴다
글로벌 Z세대 직원들 사이에서 '인공지능 죄책감(AI Guilt)'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은 AI 활용 능력을 취업과 커리어의 필수 역량으로 인식하면서도, 정작 직장에서 AI를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AI 기반 고용 플랫폼 임플로이먼트 히어로는 최근 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의 직원 5454명과 기업 리더 3290명 등 총 87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AI 역설(The AI Paradox)'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 근로자의 50%는 “업무에 AI를 사용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52%는 “업무의 일부를 AI로 처리하는 것이 마치 부정행위처럼 느껴진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인식은 이른바 '섀도 AI(Shadow AI)' 현상으로도 이어졌다. Z세대 근로자의 42%는 고용주에게 알리지 않고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같은 비율의 응답자는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자신의 작업물인 것처럼 제시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심리적 부담은 실제 직장 내 인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듀크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AI를 사용하는 직원은 동료들로부터 '게으르다'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는 관리자는 AI 활용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채용할 가능성이 더 낮았으며, 이러한 인식은 직원의 나이와 성별, 직업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인턴십과 현장실습을 경험한 대학생이자 구직자인 리아 카우르는 임플로이먼트 히어로에 "AI를 도처에서 접하지만, 동시에 직장에서는 AI가 마치 나만의 은밀한 비밀처럼 느껴진다"며 "젊은 세대가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직장에서는 더욱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직장에서는 Z세대가 게으르거나 진정한 업무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이런 인식이 더욱 강해진다"며 "젊은 사람이 직장에서 AI를 사용하면 마치 일을 떠넘기거나 쉬운 길을 택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 업무 이해와 대화 준비, 새로운 정보 파악을 위해 책임감 있게 AI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AI 사용 사실을 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Z세대는 AI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있었다. Z세대 응답자의 81%는 “유튜브와 틱톡, 레딧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스스로 AI를 익히고 있다”고 답했다. 또 58%는 “AI가 업무에서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한 반면, “우려한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임플로이먼트 히어로의 영국 지사장 케빈 피츠제럴드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심각한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며 "AI 기술이 커리어에 필수적이라는 말을 듣고 있고, 많은 이들이 그 기술을 배우는 데 열정적이지만, 정작 AI를 사용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부정행위가 아니라 업무를 더 잘 수행하도록 돕는 또 하나의 도구가 돼야 한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AI를 자신감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