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전문가의 배럴 토크]
오일전문가 임인홍 씨가 매달 투명하게 공개하는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 사진=유튜브 '오일전문가'
오일전문가 임인홍 씨가 매달 투명하게 공개하는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 사진=유튜브 '오일전문가'
흔히 변동성을 이유로 주식을 위험 자산으로 인식하곤 한다. 하지만 올바른 안목과 장기적인 관점만 있다면 주식은 가장 안전하게 부를 지키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자본 성장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자산이 된다. 필자가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장기투자를 이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가 장기투자를 이어온 2014년부터 2026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금융 시장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미국-중국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 증시가 크게 흔들린 바 있으며 2020년에는 전 세계를 멈춰 세운 코로나19 팬데믹 쇼크가 발생했다. 2020년 멈춰선 세계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유동성이 대규모로 뿌려졌고 그 대가로 서서히 상승하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극대화되었다.

2023년 이 같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급격한 금리인상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유럽 크레디트스위스(CS)의 몰락(UBS에 피인수)이라는 금융위기로 번졌다.

긴축의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4년 일본은행의 갑작스러운 금리인상은 거대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을 유도하며 결국 2024년 8월 5일 월요일 글로벌 증시가 하루 만에 8~10%씩 폭락하는 위기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올해 3월 미국-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 증시는 또다시 큰 변동성을 겪은 바 있다. 현재 미국-이란 간의 갈등은 합의를 통해 어느 정도 안정화됐지만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언제든 재발해 시장을 크게 흔들 수 있다.

2014년 약 4000만원의 초기 원금으로 시작한 필자의 장기투자는 2026년 현재 어느덧 13년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유입된 배당금과 모든 여유자금은 예외 없이 저평가 우량주 수량을 늘리는 데 사용했다. 종목 교체는 되도록 최소화했다. 복리 효과와 끈기가 맞물린 결과 현재 포트폴리오 평가액은 80억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3년간 많은 경제 위기가 시장을 덮쳤고 앞으로도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은 끊임없이 반복될 터다. 그러나 저평가된 우량주로 구축한 포트폴리오가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에 필자는 단 한 치의 의심도 없다.

국내 시장에도 건전한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는 2020년 5월부터 현재까지 포트폴리오를 매월 투명하게 공개해 오고 있다. 공감을 보내는 이들도 많지만 ‘이 종목 대신 저 종목을 샀더라면 수익률이 더 높았을 것’이라며 냉소와 조롱을 보내는 시선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 타인과의 비교나 단기 수익률 경쟁은 필자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기투자의 지향점은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필자의 목적은 오직 나와 가족의 안녕에 있다. 잃지 않는 투자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현금흐름을 창출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필자의 투자는 이미 충분한 결실을 보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속도 조절과 반도체 쏠림 리스크필자는 반도체 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며 패시브 펀드를 비롯한 시장의 모든 유동성을 흡수할 때 필자의 포트폴리오는 상대적인 소외감을 겪으며 성장이 잠시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삼성전자 제품을 애용하는 고객으로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기를 누구보다 응원한다. 하지만 애국심이나 고객으로서의 만족과 별개로 주식투자는 냉정한 자본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경쟁적으로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결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유례없는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패시브 자금을 비롯한 엄청난 유동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무섭게 결집한 이유다. 눈부신 실적 개선세에 힘입어 마진율은 극대화되었고 증권가는 이들 기업의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R)이 여전히 매력적인 저평가 구간이라며 경쟁하듯 목표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향후 수년간 반도체 빅사이클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시장 전체가 도취해 있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나 동전의 뒷면을 보아야 한다. 이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원천이자 최종 소비자인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최근 크고 작은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잉여현금흐름(FCF)을 훌쩍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자본지출(CAPEX)에 쏟아부은 탓에 최근에는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고자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를 병행하는 등 투자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과 재무적 피로감이 누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AI가 인류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만약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투자에 상응하는 이익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자본력이 탄탄한 빅테크라 할지라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투자를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다. 결국 이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브레이크를 서서히 밟는 순간 그 영향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우량 기업의 진짜 조건: 주주환원 의지본래 기업의 이익이란 시장 환경과 사이클에 따라 출렁이기 마련이다. 많이 벌 때가 있으면 적게 벌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우량 기업이라면 흔들리지 말아야 할 가치는 바로 주주환원에 있다. 주식의 보유 수량과 관계없이 기업이 진정한 주인인 주주를 어떻게 대우하는가를 보면 그 기업의 미래가 보인다.

사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두 기업은 매년 천문학적인 CAPEX를 감당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반도체 산업의 숙명을 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주환원은 늘 후순위로 밀리기 십상이다. 임시방편에 불과한 3년짜리 주주환원 정책이 전부인 이유다. 두 기업 모두 3년간 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이미 내걸었지만 현실은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작년 FCF의 고작 18%만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데 그쳤고 이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자 나머지 미이행분에 대해 언제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지 검토한 바 없다는 취지의 해명 공시를 올려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설상가상으로 7월 미국 나스닥 상장(ADR 발행)을 통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또 한 번 희석될 위기에 처했다. 기업은 호황이지만 정작 주인인 주주들은 소외되고 있는 셈이다.

군중이 열광하는 파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때로 소외감과 인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시장의 자본이 아무리 특정 섹터로 쏠릴지라도 장기투자자가 서 있어야 할 곳은 언제나 명확하다. 흔들리지 않는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기업의 주인인 주주를 존중하고 대우하는 곳에 있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시장의 특수로 순식간에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둔 기업들은 늘 존재해 왔다. 코로나 팬데믹 특수를 누렸던 씨젠이 그러했고 범용 석유화학 마진 급등으로 호황을 맞았던 롯데케미칼이 그랬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업황이 꺾이자 이익은 급락했고 주가 역시 어김없이 곤두박질쳤다. 사이클의 정점에서 정작 주주환원에는 눈을 감았던 기업들의 당연한 결말이었다.

흔히 주식투자를 대중이 좋아하는 미인을 고르는 미인 대회에 비유하곤 한다. 타인의 시선과 유행을 좇는 트레이딩 세계에서는 그것이 정답일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의 투자 목표는 화려한 미인을 쫓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소음 속에서도 나와 가족의 삶을 안정적으로 지지해 줄 현모양처 같은 기업과 오랜 시간 평온하고 행복하게 동행하는 것. 그것이 필자가 추구하는 장기투자의 본질이다.

‘가속화 장기투자 법칙’ 저자·오일전문가 임인홍

☞닉네임 ‘오일전문가’로 활동하며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정세 분석 및 투자 전문가. 현재 쿠웨이트 국영 오일 컴퍼니(KOC) 현직자로 근무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최전선에서 얻은 현장 데이터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분석한다. 특히 최근 미국-이란 전쟁 국면에서 정교한 정세 예측과 압도적인 수익률을 증명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배당주 장기투자를 통해 10억원의 자산을 80억원으로 증식시킨 실전 투자자이기도 하며 ‘가속화 장기투자 법칙’의 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