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보석'은 옛말?...드비어스, 다이아 광산 멈춘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광고 카피로 다이아몬드를 영원한 사랑의 상징으로 자리매김시킨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업체 드비어스가 주력 광산의 생산을 중단한다.

15일(현지시간) 남아공 eNCA 방송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드비어스는 최근 남아공 최북단 림포포주에 있는 베네티아(Venetia) 광산의 다이아몬드 채굴과 생산을 향후 2년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보츠와나와 짐바브웨 국경 인근에 위치한 베네티아 광산은 생산 가치 기준 남아공 전체 다이아몬드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광산이다. 드비어스가 30여 년간 운영해 온 대표 광산으로, 2012년부터는 지하 1000m가 넘는 심부 광맥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드비어스는 이번 생산 중단이 비용 절감과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은 멈추지만 지하 광산 인프라 개선과 설비 효율화 작업은 계속 진행해 시장 여건이 회복되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드비어스는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수요 둔화에 중국의 명품 소비 위축이 겹친 데다, 앙골라산 원석 공급 과잉과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시장 침체를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특히 실험실에서 생산하는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의 급성장이 천연 다이아몬드의 입지를 크게 흔들고 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화학적 성질이 동일하지만 가격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드비어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2023년 60억달러(약 8조9160억원)에서 2030년 90억달러(약 13조374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약혼반지의 절반 이상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차지했다.

이에 맞서 드비어스는 2024년부터 '기다린 보람이 있다(Worth the Wait)'는 문구를 앞세운 마케팅을 펼쳐왔다. 수억 년에 걸쳐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희소성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드비어스의 경영난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드비어스는 2024년 이후 연간 1억달러(약 1488억원) 이상의 관리비를 절감하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올해 초에는 캐나다 광산 확장 사업도 중단한 바 있다. 대주주 영국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도 드비어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구조조정에도 착수했다. 약 4400명이 근무하는 베네티아 광산에서는 정규직 1134명과 판매 부문 직원 80명 등 약 1200명이 감원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남아공 전국광산노조(NUM)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회사가 생산 중단 결정을 내리기 전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번 조치가 근로자는 물론 가족과 지역사회에도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