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인터뷰
정부 지원으로 성장해온 중국 반도체 산업이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성장 자금을 조달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중국 반도체의 실체는 숫자와 기술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국가 전략과 규제, 자본시장과 기술 로드맵을 함께 읽어야 한다. 한경비즈니스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와 경쟁력을 짚기 위해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과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를 만났다. 전 소장은 대우경제연구소에서 17년간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베이징 칭화대에서 경영학 석사, 상하이 푸단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받은 중국 경제 전문가다. 최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권가에서 중국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해온 대표적인 중국인 애널리스트다.
CXMT 상장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인가.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이하 전병서) “중국 반도체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던 육성 단계에서 자본시장과 자체 이익을 활용하는 수확 단계로 넘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1조5000억원, 70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CXMT가 투자설명서에 2026년 상반기 순이익 5조7000억원 달성 전망을 제시했다. 상장으로 자본시장 접근성을 확보하고 자체 이익까지 재투자하면 증설이 복리로 이어질 수 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이하 최설화) “CXMT 상장은 중국 장비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계기다. 중국에서는 CXMT 생태계를 두고 ‘CXMT 친구 그룹’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장비나 소재는 생산라인에 넣어 가동하고 수율과 결함 데이터를 축적하며 성숙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CXMT나 화웨이 같은 반도체 기업이 중국 소부장(소재·장비·부품) 생태계에 양산 레퍼런스와 피드백 루프를 제공하면서 나우라, AMEC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탄생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위험이 있나. 전병서 “태양광과 전기차, 배터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초기에는 중국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기업을 키우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뒤 생산량을 대폭 늘려 글로벌 시장의 가격을 끌어내렸다. 반도체에서도 이 패턴이 반복된다면 범용 D램 시장은 중국발 공급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애플의 CXMT의 D램 탑재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최설화 “저사양 제품은 채택 가능성이 있지만 고사양 모바일 D램은 발열·수율·품질 검증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CXMT는 LPDDR5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제품을 개발했다는 것과 고객 인증을 거쳐 안정적으로 대량 양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업계 채널 체크를 해보면 CXMT 제품으로 알려진 일부 제품 안에 실제로는 SK하이닉스의 D램이 사용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개 자료를 통해 확인된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CXMT의 실제 양산 능력과 제품 구성이 외부에 충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AI 반도체 분야는 화웨이가 엔비디아를 추격 중이다. 중국은 HBM 없이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나. 전병서 “화웨이의 엔비디아 추격은 HBM 조달 이전에 이미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HBM은 화웨이 추격의 병목 중 하나일 뿐 시스템 SW 생태계, EUV 장비 제한, 고급 패키징 기술 부재라는 복합 제약이 더 근본적인 장벽이다. 다만 화웨이가 성능은 낮지만 자체 HBM을 CXMT와 공동 개발해 생산하고 있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최설화 “중국도 단일 칩 성능으로 엔비디아를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안다. 대신 반도체에서도 ‘인해전술’과 같은 물량공세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 화웨이의 어센드950 수천 장을 연결한 AI 데이터센터 시스템인 아틀라스950으로 성능을 높이는 전략이다. 중국의 또 다른 무기는 낮은 전력비용이다. 딥시크처럼 AI 추론 서비스를 싸게 제공하는 ‘토큰 수출’은 중국의 글로벌 시장 공략법이다. 첨단 칩을 직접 수출하기보다 값싼 전력과 자국산 AI 칩, 모델을 결합해 연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동과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먼저 선점하려는 것이다.”
감세 정책이나 보조금 외에 중국 정부의 지원은 어느 수준인가. 최설화 “일부 지방정부와 산업단지는 전략산업 스타트업에 세금과 임대료를 완전 감면하고 국유은행은 신흥산업에 대출을 배분한다. 국가가 육성하는 산업은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 문턱을 낮췄다.
반도체의 ‘집적’이라 할 수 있는 로봇 분야에서는 피지컬 AI의 핵심 자원인 학습 데이터까지 정부가 만들어 공급한다. 사람이 책을 펼치거나 물건을 옮기는 동작을 기록해 로봇 학습 데이터로 바꾸는 ‘데이터 팩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설이 전국에 20여 곳 있고 공장당 약 2000명이 동작 데이터를 만드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중국의 추격을 정부 지원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개별 기업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이나 소부장 생태계가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화웨이는 2025년 연구개발에 1923억위안을 썼다. 매출의 21.8%로 삼성전자 전체 연구개발비를 웃돌았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초부터 자국 반도체 업체들이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하거나 증설할 때 국산 장비 비중을 최소 50% 이상 채우도록 의무화하는 지침을 시행 중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국 장비를 강제로 채택하게 해 학습효과를 키우고 기술 성숙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는 2030~2031년 완전한 반도체 자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국가별 반도체 경쟁 구도 시나리오를 예상한다면?전병서 “앞으로 4년간은 한국이 HBM 등 메모리 패권을 쥐고, 미국이 설계와 시장을 장악하고, 일본이 소재나 장비를 쥐고 있는 현재 구도가 바뀌기 어렵다. 공장을 짓고 생산하는 데 4~5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8년쯤 지나면 각국의 신규 생산능력이 맞붙고 10년 이상 지나면 중국의 장비·소재 국산화도 상당히 진전될 수 있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의 기술만으로 승부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리콘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새로운 소재와 완전한 3차원 적층이 다음 전쟁터가 된다. 어느 나라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기술이어서 출발선이 다시 그어질 수 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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