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현지 자산 확보를 통한 직접 현지화’를 정공법으로 택했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CEO는 “한화의 조선업 지식재산권(IP)을 미국 내 거점인 필리조선소에 둠으로써 기술 유출 우려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번스-톨레프슨법’ 등 자국 내 건조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통해 사업을 완결짓겠다는 전략이다.
HD현대중공업은 ‘생태계 파트너십을 통한 단계적 접근’을 내세웠다.
홍석환 HD현대 미국법인장은 조선업을 “거대한 팀워크 산업”으로 정의하며, 단기적인 생산보다 미국 내 계약업체 및 엔지니어링 회사들과의 관계 구축을 우선시했다.
미국의 낮은 생산성과 복잡한 규제 체계를 감안해, 현지 업체와 기술을 교류하며 지속 가능한 협력 구조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의회와 전문가들이 제시한 ‘분산형 조선’ 모델과 궤를 같이한다.
아미 베라 하원의원 등은 선체 등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건조하고 미국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 군함 10척의 신속 건조를 직접 타진한 데 이어, 최근 펜실베이니아 행사에서 “한국 등 해외 기업과 협력해 일부 선박을 구매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한국 조선업에 대한 의존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현재 미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는 ‘번스-톨레프슨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미 의회는 이러한 현실적 제약을 돌파하기 위해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비(非)전투함에 한해 외국 건조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추가하며 제도적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후 함정 교체가 시급한 미 해군이 한국의 압도적인 건조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법적·정치적 빗장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미 해군이 최근 양사에 정보 요청(RFI)을 보낸 것 역시 한국의 설계·건조 역량을 활용해 노후 함정 교체 속도를 높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내 노조의 반발과 복잡한 국방 획득 체계, 미 해군의 잦은 설계 변경 관행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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