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흔들리는 반도체 투톱…"피크아웃이냐, 매수 기회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틀 새 두 자릿수 급락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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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는 가운데, 정작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이며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이달 1일에는 월간 반도체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40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급락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5.84% 내린 31만4000원, SK하이닉스는 3.40% 하락한 25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역설적으로 같은 날 발표된 6월 수출 통계에서 한국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3일에는 낙폭이 더 커졌다. SK하이닉스 주가는 13% 넘게 하락했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의 하락이 단기 수급과 신용·레버리지 요인에 따른 과도한 조정일 뿐이라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반도체 대장주인 양사 주식의 하락을 이끄는 핵심 논리는 '고점 통과(피크아웃)'우려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부담과 전방 수요 둔화 등 고점 통과 우려가 반도체 랠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해외發 신중론까지 겹쳤다.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가 "반도체 중심의 상승장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한 뒤 이틀째 시장이 크게 흔들렸고, 국내에서는 키움증권이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내렸다.

미국 시장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가 빅테크 과잉 투자 논란과 반도체 수요 피크아웃 우려에 따라 급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프리마켓에서 각각 4%, 5% 하락했다.
"지금이 기회 '사자'"VS"외국인 매도는 지속 '팔자'
반대편에서는 이번 하락이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는 반박이 나온다. JP모건은 이번 하락이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며 낙관론을 이어갔고, 코스피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일단 밸류에이션(주가 수준)도 싸고 아직 이익 피크아웃(고점)으로 보기에는 3분기나 4분기 추정치가 더 올라가고 있다"고 짚었다.

목표주가를 오히려 올린 증권사도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55만원에서 60만원으로 높였고, IBK투자증권도 46만원으로 눈높이를 상향 조정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AI 및 메모리 고점 우려는 일시적인 소음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올해 가파르게 지속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7월 1일 기준 외국인은 9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갔고, 이날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1조84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매크로 환경도 반도체주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갈 데 없는 개미들···물타기 못해 기다리는 수밖에
이 같은 급락에 개미 투자자들은 오갈 데 없이 상승장이 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0대 직장인 ㄱ씨는 수중에 있던 목돈 2천만 원을 최근 삼성전자 주식 매수에 투자했다. 주당 30만원을 넘어선 시점에 투자한 ㄱ씨는 이번 급락사태로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다. ㄱ씨는 "주변에 주식을 안하는 사람이 없어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투자했는데, 사자마자 빠졌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은 ㄱ씨 뿐만 아니다. 포모(FOMO)현상으로 장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주식장에 뛰어든 이들의 통장잔고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ㄴ씨 역시 주변에선 하락장에 물타기할 시점이라고 하지만 이미 쌈짓돈을 다 넣은 상태라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강훈식 비서실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강훈식 비서실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개미 투자자들의 불안을 감지한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7일 대한상의 하계포럼 중 인공지능(AI) 관련 대담에서 "다음 달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지만,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는 게 재산 보전에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급락장에 매수·매도 논쟁의 승부처는 하반기 발표할 실적과 메모리 가격 데이터가 될 전망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