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룸버그는 미국 소비자들이 고물가와 높은 금리,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으로 고가 소비를 줄이는 대신 부담이 적은 미니 제품에 지갑을 열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조다. 지난 6월 한정판으로 선보인 2.99달러(약 4400원) 스트라이프 미니 토트백은 출시 직후 전국적인 품절 행진을 이어갔다. 일부 제품은 온라인에서 정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가격에 거래됐고, 회사는 고객 문의가 쇄도하자 전국 동시 출시와 추가 재입고에 나서는 등 판매 방식을 변경했다.
미니 제품을 앞세운 소비 전략은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주택용품업체 로스(Lowe’s)는 2달러가 채 되지 않는 초소형 플라스틱 양동이를 선보인 뒤 매장 방문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작은 양동이를 사러 온 소비자들이 청소용품과 수도꼭지, 공구, 가전제품 등 다른 상품까지 함께 구매하면서 매출 확대에 기여한 것이다.
로스 직원들은 이 같은 현상을 ’미니 이펙트’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회사는 인기에 힘입어 최근 한정판 색상도 추가로 출시했다.
미니 제품 출시는 주류와 가전, 생활용품 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페르노리카는 100mL 소용량 위스키를 다시 선보였고, 홈디포는 2달러 미만의 소형 수납함을 출시했다. GE가전은 299달러짜리 미니 제빙기를, 스메그는 소형 우유 거품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셀의 미니 카펫 청소기는 미국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들은 단순히 크기만 줄인 제품이 아니라 귀여운 디자인과 다양한 색상, 한정판 요소를 더해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공략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앞세운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경기 불확실성이 만든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분석한다. 과거에는 가격은 유지한 채 제품 용량만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대표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가 처음부터 작은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경기 침체기에 립스틱처럼 저렴한 사치품이 잘 팔린다는 이른바 ‘립스틱 효과’가 미니 제품으로 확장된 사례로도 해석된다.
찰스 채핀 아이오와주립대 금융심리학 교수는 블룸버그에 “지금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겹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실패 위험이 낮은 제품을 먼저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낮을수록 구매에 따른 심리적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에 미니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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