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개 기업 뭉쳤다...엔비디아 맞선 '은하계획' 시동
20여 개 중국 기업이 독자적인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중국산 반도체만을 사용한 데이터센터와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으로 엔비디아 중심 생태계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0일 중국 관영 신화망에 따르면 지난 18일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센스타임 공동창업자 양판은 중국 AI 생태계 파트너 약 20개 기업과 함께 '은하계획(Galaxy Project)'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은하계획은 중국의 AI 생태계 자립 프로젝트 이름이다. 기업들이 공동으로 토큰(AI가 처리하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 운영센터 1곳과 중국산 AI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장 규모의 지능형 컴퓨팅 클러스터 5곳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핵심 기술 10개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AI 스타트업 200곳을 지원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센스타임은 중국의 종합 AI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안면 인식과 자율주행 등 AI 기능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캠브리콘과 화웨이, 무어스레드 등 중국 AI 칩 관련 기업들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연합해 엔비디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자사 칩(GPU)에서만 작동하는 플랫폼 ‘쿠다(CUDA)’를 기반으로 20여 년간 AI 생태계를 구축해오며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맞서 중국 기업들이 자체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중국산 AI 칩의 활용성을 높이고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날 WAIC에서 알리바바 반도체 자회사 티헤드는 AI 칩 '전우(Zhenwu)'용 플랫폼 '세일(SAIL)'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세일은 260여 종의 AI 학습·추론 도구를 지원하며 개발자가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오 후이 티헤드 부사장은 "전 세계 개발자와 산업계 파트너들과 함께 개발 도구를 개선하고 생태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반도체만으로 구축한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도 모습을 드러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AI 스타트업 즈푸는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완공하고 일부 가동을 시작했다. 1GW는 약 75만 가구에 동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중국 AI 기업이 구축한 데이터센터 가운데 최대 규모 중 하나다. 이 시설에는 중국산 AI 반도체 1만 개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판은 "은하계획이 추구하는 '중국산화'는 하나의 칩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칩과 부품, 인프라 등 AI 산업 전반에서 중국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인프라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중국산 AI 인프라를 늘리고 상용화하는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쿠다 생태계를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구글도 TPU용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2~3년이 걸렸다"며 "모든 AI 작업 환경을 자체 소프트웨어로 이동시키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