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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동결 이유, 알아서 해석해라”…워시표 Fed 새 소통법, 사라질 위기 처한 점도표 [임재균의 머니인사이트]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발표를 했다.

Fed의 운영 방식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Fed 커뮤니케이션, Fed 대차대조표, 기존 데이터 소스의 활용 및 의존도, 전환기 시대의 생산성과 일자리, Fed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등 5개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발표했다. 수주 내로 출범하고 올해 안에 결론을 내려 Fed 개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워시는 “리더십의 교체기가 Fed의 운영 방식을 되돌아보기에 좋은 기회”라고 언급했는데 제롬 파월 의장 시대와는 다른 Fed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워시는 Fed 의장으로 지명된 이후부터 Fed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다만 워시 의장이 첫 FOMC 회의 때부터 Fed를 변화시키기 위한 밑그림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다. 5개 TF 띄운 워시 Fed 의장5개의 TF 중 시장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TF’이다. Fed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그리고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늘려왔다. Fed 위원들은 연설 및 많은 기자회견에 나섰으며 FOMC 회의에서 발표하는 성명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분량이 증가했다. 또한 2007년부터는 분기별로 경제전망을 발표했으며, 2011년부터는 경제전망치가 발표되는 FOMC 회의에서 기자회견이 시작된 이후 2019년 1월부터는 매 회의마다 기자회견이 개최하는 등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늘리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워시는 이런 Fed의 소통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다. 지난 7월 2일 워시는 이 TF의 공동의장으로 머빈 킹 전 영란은행(BOE) 총재를 영입하면서 변화의 방향을 예고했다. 지난 7월 9일에는 5가지 태스크포스를 이끌 명단을 공개했다. 이미 6월 FOMC에서부터 이미 조짐은 뚜렷했다. 성명서는 132개 단어로 4월 FOMC(345개 단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기자회견 시간도 44분으로 파월 전 의장 시절(약 1시간)보다 짧아졌다. 특히 기준금리 동결의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동결의 이유를 설명해줬던 파월 전 의장과 달리 워시는 “이번에 금리를 왜 동결했는지는 시장이 알아서 해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장에 건네는 말과 정보의 양 자체를 줄이겠다는 신호인 셈이다.

아직 Fed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커뮤니케이션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으로 임명된 머빈 킹이 어떤 인물인지 알면 워시가 그리는 Fed의 미래가 보인다. 킹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영란은행 총재를 지냈고 총재가 되기 전부터 영란은행의 통화정책 체계를 설계한 인물이다. 1992년 영국이 독일 마르크화에 환율을 고정했던 체제(ERM)에서 탈퇴한 직후 물가안정목표제 도입을 주도했고 1993년에는 분기별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1996년에는 ‘팬 차트(Fan Chart)’를 도입했다. 팬 차트는 하나의 숫자로 못 박은 전망 대신 앞으로 경제가 어떤 범위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지를 확률의 형태로 보여주는 그래프다.

즉 킹은 ‘중앙은행이 정확히 무엇을 하겠다고 약속하기보다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와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까지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철학을 오랫동안 실천해온 인물이다.이 철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미래 금리 경로를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것’에 대한 뿌리 깊은 반대다. 킹은 시장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은 “다음에 금리를 몇 %로 하겠다”는 확정된 약속이 아니라 경제 상황이 이렇게 바뀌면 중앙은행이 이렇게 대응하겠다는 ‘조건부 반응 함수(Reaction Function)’라고 설명해왔다. 비유하자면 “내일은 무조건 비가 온다”고 못 박는 대신 “기압이 이만큼 떨어지면 비가 올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하는 방식이다. 팬 차트조차 확률 분포를 보여주려고 만든 도구였지만 시장이 결국 가운데 숫자(중심 전망)만 뽑아 ‘이것이 곧 약속’이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며 확률적으로 사고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적인 금리 경로를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지적해왔다.

이 논리를 Fed에 그대로 대입하면 FOMC 때마다 발표하는 ‘점도표(Dot Plot)’가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다. 점도표는 Fed 위원 각자가 생각하는 향후 1~3년 및 장기 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다. 시장은 이 점들의 중간값을 마치 Fed가 ‘약속’한 미래 금리 경로로 받아들여 왔다.

점도표는 원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오랫동안 낮게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각인시키기 위해 도입된 도구였다. 지금처럼 물가와 성장, 고용이 복잡하게 얽혀 방향을 예단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오히려 오해와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워시 의장과 킹의 시각이다. 실제 6월 FOMC에서 워시 의장 본인은 점도표에서 금리 전망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워시는 Fed 위원들이 큰 지우개가 있는 연필을 갖고 금리 전망을 제시한다고 언급하면서 금리 전망이 Fed 위원들의 생각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점을 시사했다. ‘말 줄이는’ 중앙은행…시장에 주는 신호는중앙은행 관계자들도 워시 의장의 생각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향후 금리 경로를 습관적으로 추측해 제시하는 형태의 포워드 가이던스에 불편함을 느껴왔다고 언급했고, 티프 매클럼 캐나다중앙은행(BOC) 총재도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는 포워드 가이던스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물가안정에 대한 Fed의 의지는 계속 강조되겠지만 커뮤니케이션 TF가 종료되는 연말 무렵 점도표는 폐지되거나 역할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성장률·물가·실업률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별 전망치를 제시하는 ‘경제전망보고서’의 역할은 오히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안정을 지키겠다는 목표 자체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워시는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만 점도표처럼 ‘숫자로 못 박힌 약속’이 사라진다면 시장이 Fed의 다음 행동을 예상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점 하나하나의 위치보다 Fed의 성명서와 경제전망보고서, 그리고 위원들의 연설을 통해 어떤 논리와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를 더 꼼꼼히 따라가야 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Fed가 ‘말을 줄인다’는 것이 시장에는 오히려 ‘더 많이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커뮤니케이션 TF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Fed가 성명서와 기자회견에서 보여줄 ‘축소’의 신호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