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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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일은 피하고 막상 사고가 나야 영웅이 되는 사회에서는 대형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험한 항해 중에 아무도 없는 폐수구역(Bilge)에서 파손된 부분을 손보는 사람은 나이 들어 쓸쓸히 떠나거나 행여 문제라도 생기면 책임만 뒤집어쓰지만 막상 배가 사고가 나서 위험할 때 수습한 사람은 영웅이 된다.

다급한 상황에서 어지간한 실수는 문제 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남모르게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일은 피하고 결국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화재 대응과 비슷해서 ‘소방관 증후군’이라 한다.

외환위기를 수습하면 일약 경제의 지도자가 되고 권세를 누리지만 사실 위기를 미리 내다보고 대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위기론을 잘못 꺼냈다가 시장이 흔들려서 책임만 지게 될까봐 몸을 사렸다면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유능한 경영자는 선제적 탐지와 문제해결이 가능한 체제를 만들고 남들 모르는 곳에서 몸을 던져 책임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한다.

◆ 정보판단과 인사이더

일본 전국시대의 영주 오다 노부나가는 당시 최강의 군대를 거느린 이마가와 요시모토를 제압하고 패권의 길에 들어섰다. 오케하자마 전투인데, 목숨 걸고 적진의 동향을 알아낸 무사에게 최고의 보상을 주고 적장에게 치명상을 입힌 무사에게 그 목을 거둔 무사보다 높은 보상을 주었다.

단순히 전투의 성과보다 정보(intelligence)와 과정(process)을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당시로선 파격적인 방식이었다. 노부나가의 사례는 그나마 전쟁의 승리라는 손에 잡히는 성과와 전리품이 있지만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사고를 막아냈다고 그 손실을 추산해서 보상하기는 쉽지 않다.

적의 게릴라가 경계선을 뚫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경계근무 하는 부대에 어느 선까지 얼마나 보상해야 할까? 정말 중요한 문제를 찾아서 막았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이 모르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도 없는데 파격적 보상을 하면 ‘실제로 목숨 걸고 일하는’ 현장의 사기가 떨어진다.

선제적 탐지와 문제해결은 본질적으로 정보활동이다. 기회를 포착해서 판단하고, 잘잘못을 가려 바로잡는 일도 포함된다. 현장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전투부대의 눈에는 아는 척 끼어들어서 지적질에 간섭까지 하니 밉상이 따로 없다. 정보판단을 위해 통치자와 핵심 인사들의 문제까지 직언하다 보면 숙청 대상 0순위가 된다. 그렇다고 거래 트고 영합하며 자기 정치를 하면 나라는 엉망이 되고 망한다.

정보활동만으로 전쟁에서 이기거나 돈을 벌지는 못한다. 일이 잘되게 만드는 조성(助成:enabler) 개념인데, 판단과 결심의 영역이니 결정권자와 떨어질 수 없고 비밀을 공유한 운명 공동체가 형성된다.

독자적 성과를 정의할 수 없으니 결정권자의 몫을 나누어 보상할 수밖에 없다. 비서-경호 등 측근 보좌 성격의 일들도 마찬가지다. 과업이 상호의존적이고, 분할-위임이 어려울 때 하나로 묶어 운영-보상하는 인사이더 그룹의 원리다.

인사이더가 생기면 아웃사이더의 질시가 생긴다. 몇몇 측근들이 못난 통치자를 싸고돌며 권력을 농단하는 일도 벌어진다. 하지만 세상에는 통치권과 도저히 분리할 수 없는 일이 있고 정보활동, 특히 선제적 탐지와 해결이 대표적인 경우다. 존망의 위기를 피하면서 환관의 횡포, 문고리 권력을 다스리는 지혜를 생각해 보자.

◆ 소방관 증후군과 해법

위기는 여러 요인이 얽혀 전개되므로 주요 포인트를 두어 탐지할 수 있다. 담당자가 아니라도 누구든 신고할 수 있으면 탐지역량은 더 높아진다.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과 피해를 정의하면 사고 징후를 탐지 대응한 공헌이 눈에 들어온다.

까칠한 레드팀(red team)을 두어 위험방지 상태를 점검하고 사고의 원인과 전개, 수습의 타당성을 까칠하게 분석한다. 정보독점이 우려된다면 복수의 채널을 두어 견제시키면서 교차검증한다. 개인적 비선(秘線)이 별도의 채널을 맡을 수도 있다. 유능한 경영자는 서로 맞다고 우기는 채널 간 경쟁이 아니라 논점별로 정보를 확인하는 보완적 관계로 이끈다.

IT와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탐지와 대응을 시스템에 맡기면 불필요한 갈등과 감정개입이 줄어든다. 수많은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서 경고의 타당성과 위해의 경중을 헤아릴 수 있으므로 위험관리의 성과를 측정-보상하기도 쉬워진다. 책임을 피하려고 작은 징후에도 경고를 남발하는 양치기 소년이나 위기를 조장해서 권세를 탐하는 정보정치의 여지도 줄어든다.

아무리 우수한 시스템을 갖춰도 결국 경영자의 판단과 결심이 필요하다. 레드팀을 두든 복수의 정보기구를 두든 갈등이 아닌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경영자의 역할이다. 시스템이 아닌 조직과 권력의 과제로, 나누고 떼어내기 힘든 정보판단을 함께하는 인사이더 집단의 폐해를 풀어야 한다. 위기 탐지와 대응에 수반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정보를 다루는 인사이더 집단이 고인 물이 되어 권력 게임이 시작되면 정보판단에 정치가 낀다. 복수의 채널이 상호견제가 아닌 아귀다툼의 원인이 된다. 무한책임과 충성을 담보하고 현장 권력에 까칠하게 맞서는 악역을 맡기려면 당장 편하다고 손발로만 부리지 말고 자기 길을 가도록 도와야 한다. 인재를 궁중에 두었다 순장(殉葬)시키는 것보다 전쟁터로 보내 동맹으로 키우는 식이다. 신뢰 가능한 아웃사이더를 만들어 인사이더를 견제시킬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선제적 탐지와 대응이라더니 고작 소수 인사이더 집단의 정보정치가 답이냐는 비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정보판단과 측근 보좌의 기본원리이기 때문이다.

정보기구를 독점한 궁정정치에 충성스러운 대신과 장군이 희생당하는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른다면 그들이 작당해서 세를 키우게 둔 통치자의 무능을 먼저 생각할 일이다. 선제적 탐지와 정보판단, 신속한 대응과 사후분석이 생존을 위한 기본이라면 환관의 횡포, 문고리 권력은 유능하면 풀 수 있는 고민거리다. 더 자세한 제왕학의 지혜는 다음 편에서.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