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부터 감속기·센서까지’…피지컬 AI 판 바꿀 글로벌 공급망 지도
[커버스토리 : 피지컬 AI 핵심 밸류체인]캐즘(Chasm)인가, 골디락스(Goldilocks)인가.
주요 빅테크(하이퍼스케일러)들의 천문학적인 AI 설비투자(CAPEX) 경쟁이 멈추지 않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깊은 캐즘의 골짜기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한다.
시장의 질문은 단 하나다. “도대체 이 막대한 투자는 언제 실물 돈으로 돌아오는가.”
답은 화면 밖에 있다. 스마트폰과 모니터 안에 갇혀 있던 생성형 AI가 인간의 실물경제 현장으로 걸어 나올 때 비로소 진짜 생산성 혁명이 시작된다. 공장의 부품을 옮기고, 물류창고를 누비며, 실물 노동을 수행하는 ‘실체 있는 AI’, 즉 휴머노이드야말로 빅테크의 AI 투자금을 현실의 매출로 환원시킬 유일한 창구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올해 초 CES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의 챗GPT 모멘트가 도래했다. 앞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은 로봇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 세계 수십억 대의 자동차, 산업기계, 가전, 의료기기 등에 AI가 심어지는 시장이 바로 ‘피지컬 AI’의 세계다.
주식시장이 공포에 짓눌려 주춤하는 바로 지금이 피지컬 AI를 미리 선점하고 공부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시장의 눈이 당장의 주가 변동에 쏠려 있을 때 다음 판을 바꿀 진짜 패러다임의 공급망을 바닥에서부터 파악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피지컬 AI가 실물 현장에 침투해 폭발적인 매출을 찍어내기 시작할 때는 이미 늦다.
반도체 산업이 팹리스, 파운드리, OSAT로 정교하게 분업화했듯 피지컬 AI 역시 5대 핵심 부품 모듈과 최종 완성체 메이커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급격히 재편되는 중이다.
가장 먼저 로봇의 지능을 담당하는 두뇌 영역은 빅테크의 독점 무대로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이 중력과 마찰력 같은 물리 세계의 법칙을 이해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VLA(비전-언어-행동) 모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오픈AI와 구글이 모델 생태계를 주도하고 엔비디아와 퀄컴이 로봇 몸체에 들어가는 온디바이스 AI 칩 공급망을 거머쥐었다.
전체 제조원가의 30~60%를 차지하는 관절과 근육 부위는 가장 견고한 기술 장벽으로 꼽힌다. 고정밀 감속기와 모터 기술은 일본의 하모닉드라이브, 나브테스코와 스위스의 맥슨모터 등이 오랫동안 독점해온 영역이며 최근 LG전자,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국내외 기업들이 정밀도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체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 손’ 시장도 춘추전국시대다. 1X, 샤르파, 우지 등이 인간 손을 따라잡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신경과 감각 레이어는 초감각 시대를 열어갈 핵심 열쇠로 부상했다. 로봇이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 집어 올리기 위해서는 고정밀 3D 비전과 촉각 센서가 필수적이다. 소니 등 기존 이미지 센서 강자들과 함께 루미나테크놀로지, 벨로다인, 아우스터의 라이다, 촉각 스킨을 개발하는 메타 등 빅테크의 진입이 눈에 띈다.
골격과 에너지 파트에서는 휴머노이드 전용 배터리와 경량화 소재의 탄생이 이목을 끈다.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탄소섬유 소재와 함께 직립보행 로봇의 짧은 작동 시간을 극복하기 위한 고밀도 전고체 배터리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으며 이는 국내 배터리셀 업체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는 지점이다.
가상 훈련장 영역은 데이터 폭발의 시발점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 로봇을 파손시키지 않고 가상 공간에서 수억 시간의 동작 학습을 진행하는 시뮬레이터 플랫폼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Isaac Sim) 등이 가상 데이터 주도권을 잡고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품 단계를 넘어 최종 제품을 조립 및 양산하는 완성체 로봇 메이커들은 피지컬 AI의 ‘아이폰’을 향한 치열한 레이스를 펼친다. 자체 칩과 소프트웨어를 수직통합한 테슬라의 옵티머스, 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해 만든 로봇 ‘피규어’로 화제를 모은 미국의 피겨AI, 독보적인 제어 메커니즘을 자랑하는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압도적인 가성비로 시장을 압박하는 중국의 유니트리 등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테슬라·구글·아마존·피겨AI·유니트리 등 글로벌 빅테크부터 현대차·삼성·SK·LG, 그리고 작지만 강한 기술 스타트업들까지 모두 이 거대한 생태계 판 위에 올라서 있다.
현시점에서 빅테크들의 천문학적 AI CAPEX(설비투자) 대비 수익성 논란을 잠재우고 시장을 ‘골디락스’로 이끌 전환점은 결국 ‘피지컬 AI’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빅테크가 집행한 어마어마한 AI 투자의 회수는 물리 세계와 결합하는 피지컬 AI에서 완성될 수밖에 없다”며 “테슬라의 일정 지연 등 시장의 기대감이 주춤하며 공포가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AI 투자가 일시적 캐즘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지속적인 상승세인 골디락스로 진입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핵심 바통은 피지컬 AI가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피지컬 AI 핵심 밸류체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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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② - 두뇌 관절·신경에 명령하는 로봇 두뇌…빅테크가 꽉 잡아
밸류체인③ - 근육 및 관절 사과 깎고 와인잔 잡는 로봇들…‘피지컬 AI’ 승패 쥔 관절과 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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