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원가의 40% 차지하는 '액추에이터'…엔비디아부터 테슬라까지 '손·관절 전쟁'
세계적인 운동 제어 능력을 갖춘 중국 유니트리가 로봇의 몸체(H2 Plus)를 담당했다. 시장을 놀라게 한 대목은 따로 있었다. 엔비디아가 유니트리 자체의 로봇 손이 아닌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샤르파(Sharpa)’의 촉각 로봇 손 ‘샤르파 웨이브’를 최종 선택해 결합한 것이다. 글로벌 로봇 선두주자인 유니트리의 손을 물리치고 설립된 지 단 2년 남짓 된 샤르파가 엔비디아 로봇의 ‘공식 손’ 자리를 꿰찬 순간이었다. 1X vs 샤르파, ‘손’들의 전쟁
엔비디아는 왜 로봇의 ‘손’에 공을 들였을까. 답은 피지컬 AI의 본질에 있다. 피지컬 AI 생태계에서 로봇의 두뇌가 시각과 언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라면 관절과 근육은 그 명령을 현실의 물리력으로 구현해내는 하드웨어의 핵심이다.
이 물리적 구동부를 로봇 공학에서는 ‘액추에이터(Actuator)’라고 부른다. 인간의 뼈를 잇는 관절과 이를 움직이는 근육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부품이다. 초소형 모터, 감속기, 감응 기어, 그리고 정밀 제어 회로가 결합된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 로봇 전체 원가의 약 30~60%, 평균적으로 40%를 차지한다. 로봇 제조에서 가장 비싸고, 설계하기 까다로우며, 가장 견고한 ‘기술 장벽’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로봇 손은 본질적으로 초소형 액추에이터(근육)와 미세 촉각 센서(피부)가 극도로 밀집된 하드웨어 기술의 집약체다. 센서가 물체의 감촉과 압력을 읽어내면 손가락 관절 내부의 초소형 액추에이터가 0.1초 단위로 힘을 조율한다. 걷거나 뛰는 대형 동작은 전체적인 균형 제어로 어느 정도 구현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물체를 잡고, 도구를 다루며, 정교하게 상호작용하는 미세 동작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적 난제다. 로봇의 두뇌(AI)가 “앞에 있는 와인잔을 잡아라”라고 판단하더라도 관절과 근육이 미세한 힘을 조율하지 못하면 와인잔은 손아귀 안에서 산산조각 나고 만다. 생성형 AI 모델이 인체의 ‘손가락’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것처럼 피지컬 AI의 최종 진화 역시 ‘가장 완벽한 관절과 근육의 구현’에 달려 있다. 최근 로봇 업계에서 “로봇 몸체보다 손이 더 비싸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14조원 규모 액추에이터 시장샤르파 이후 로봇 손 기술의 정점을 둘러싼 전쟁은 한층 더 격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1X’가 있다. 노르웨이 공학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1X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Neo)’의 손을 공개하며 샤르파가 쥐고 있던 최고 스펙의 왕좌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거대한 기술 전쟁 속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의 약진도 눈부시다. 착용형 로봇과 액추에이터 기술로 고도화된 힘 제어를 선보이는 위보로틱스(15 자유도), 의수 개발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수준의 초소형 정밀 모듈 기술을 확보한 만드로 등이 대표적이다.
손가락 관절에 초소형·초정밀 액추에이터가 들어간다면 로봇의 어깨, 골반, 무릎 등 몸통과 팔다리에는 수십 kg의 하중을 견디고 번쩍 일어서게 만드는 고출력 대형 액추에이터가 필수적이다. 보통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에는 위치·속도·힘을 실시간 제어하는 액추에이터가 최소 25~30개 이상 탑재된다.
피지컬 AI 상용화가 가시화되면서 액추에이터 시장도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밸류에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용 액추에이터 시장 규모는 2024년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에서 2031년 98억6000만달러(약 14조7000억원)로 연평균 80%씩 급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의 폭발세에 비해 양산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 공룡 블랙스톤이 자동차용 액추에이터 강자인 퓨트로닉을 전격 인수한 배경에도 로봇 관절 부품 시장의 주도권 확보 전략이 깔려 있다.
대형 액추에이터 시장은 현재 전통적 강자인 일본 나브테스코(감속기)와 스위스 맥슨모터(액추에이터)가 수십 년간 축적한 내구성을 무기로 선두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이 거대한 기술 전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판도 변화도 거세다. 국내 로봇 부품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로보티즈는 모터, 감속기, 제어기, 통신을 일체화한 모듈형 액추에이터 브랜드 ‘다이나믹셀’을 앞세워 미 항공우주국(NASA)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 등에 부품을 공급하며 글로벌 신뢰성을 입증받았다. 카메라 렌즈 기술로 액추에이터 원천 기술을 보유한 자화전자 역시 스마트폰 초정밀 구동 부품(OIS)에서 쌓아온 모터 및 제어 기술력을 앞세워 로봇용 액추에이터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기업군에서는 현대모비스의 행보가 단연 파격적이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로봇 선도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들어갈 핵심 액추에이터 공급 파트너로 낙점받으며 연내 시제품 공급 및 본격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여기에 가전 시장에서 독보적인 ‘DD(Direct Drive) 모터’ 기술력을 쌓아온 LG전자, 그리고 HL만도, 삼성전기 등도 고출력 구동 모터와 액추에이터를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내걸고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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