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는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고 뼛속 골수까지 파먹는 포식자다. 월가의 포트폴리오매니저와 얘기하던 중 헤지펀드를 하이에나에 비유했다. 그 이후 자본시장을 상징하는 동물이 있다면 필자는 하이에나라고 생각한다. 여기는 자선을 베푸는 곳이 아니다. 한 쪽이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곳이다.
코스피 기준 외국인은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매도 포지션을 집중적으로 잡았다. 시장은 이것을 리밸런싱이라고 간과했다. 아마도 투자자가 패닉셀 하면서 완전 털릴 때까지 외국인은 숏포지션을 풀지 않을 것이다. 골수까지 파먹고서야 물러날 것이다.
필자는 지난 7월 먼슬리에서 공매도 세력의 숏시나리오를 언급한 바 있다. 7월에 불거진 숏세력의 가장 큰 공세는 하이퍼스케일러(구글, 아마존, MS, 메타)의 잉여현금흐름(FCF) 마이너스 전환이다. 이를 집중 검토하면서 8월 전망을 얘기해보자. 채권자가치와 주주가치 바꿔치기첫째, FCF 식을 살펴보자. FCF=영업활동현금흐름 – 자본적지출(CapEx). FCF 마이너스 발생은 하이퍼스케일러가 경영을 잘못해서가 아닌 성장을 위한 투자(CapEx) 때문이다. 아울러 마이너스만큼 채권 발행을 통해 타인 자본으로 조달한다.
숏포지션 헤지펀드가 주가를 흔들기 위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전술 중 하나가 채권자가치와 주주가치 바꿔치기이다. 재무상태표에서 부채의 가치와 자본(주식)의 가치는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
채권자는 하방 위험(채무불이행위험, 신용위험)에, 주주는 상방 기회(미래 성장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전자는 채권자 관점의 재무 리스크이고 후자는 주주가치의 성장을 위한 선택이다. 채권자 몫인 재무 리스크 증가를 마치 주주가치의 훼손인 것처럼 조작하여 공포를 유발하는 것이다. 영화 ‘빅쇼트’에서 멋지게 묘사되었지만 하이에나일 뿐이다.
마이클 버리가 끈질기게 언론플레이하고 있는 엔비디아 순환투자도 J-커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아마존이 2000년대 중반 AWS(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본업에서 번 돈을 전부 데이터센터 서버 사는 데 투자해 FCF가 마이너스 전환됐을 때 월가는 “아마존은 유통회사일 뿐”이라고 비웃었다.
결과는 지금 모두가 알고 있듯이 AWS가 2026년 1분기 기준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하는 캐시카우가 되었다. 아마존은 2000년대 중반의 투자와 성공법칙을 지금 재연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이 FCF 압박을 받으면서도 현재 AI CapEx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AI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는 경우 기존 AWS 주도권마저 뺏기기 때문이다. FCF 집착했다면 삼성전자도 없었다셋째, 삼성전자와 노키아, 애플 사례를 비교해보자. 1982년 이병철 회장이 ‘재벌그룹 1위 삼성’에 만족하지 않고 반도체 진출을 선언했을 때 국내외 언론은 “삼성이 무모한 투자로 망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삼성은 그룹 차원의 자금과 해외 차관(타인 자본)까지 끌어들여 반도체 라인 투자를 감행했다. 이건희 회장은 1990년대~2000년대 반도체 불황기마다 다른 경쟁사들이 FCF 악화와 부채 부담 때문에 투자를 줄일 때 대규모 CapEx를 집행, 치킨게임에서 승리를 통해 오늘날 과점이익을 만들 수 있었다. 만약 당시 FCF 플러스 유지에만 집착했다면 삼성전자는 삼류 가전제품 회사로 남았을 것이다.
반면 노키아는 피처폰 시절 엄청난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며 세계 1위를 달렸지만 스마트폰 생태계로의 과감한 CapEx 투자와 체질개선을 주저하다가 순식간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미국 애플도 AI 세계가 도래하는 가운데 AI 투자를 게을리하고 있다. 정작 투자하지 않는( 미래가치를 담보할 수 없는) 애플이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필자는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플 또한 제2의 노키아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주가 모멘텀은 매출액 증가율반도체 주식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 국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재검토돼야 한다.
둘째, 미국은 여전히 하이퍼스케일러 이슈이다. CapEx 증가와 FCF 마이너스가 불가피한 가운데 점차적으로 AI 수익화는 확인되어야 한다. 수익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매출액부터 검증되어야 한다. 1차적으로 매출액 증가율이 CapEx 증가율을 상회해야 한다. AI CapEx 연 증가율이 2026년 70%, 2027년 40% 예상되므로 AI 매출액이 40~70%까진 올라와야 한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이 시기를 2027년, FCF 플러스 전환 시점을 2028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AI 매출액이 CapEx 증가율을 상회하기 전까지 하이퍼스케일러와 반도체 주가는 하락만 보일까? 그렇지 않다. 주식은 항상 미래가치를 가격에 선반영하기 때문이다. 선반영 메커니즘을 두 가지로 검토한다.
첫째, 주가는 “방향성이 돌아서는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매출액이 CapEx 증가율과 격차가 줄어드는 신호가 확인되는 순간 주가는 이미 상승하고 있을 것이다. 둘째, 하이퍼스케일러가 현금(FCF)을 태울수록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가시성은 강력해진다. 하이퍼스케일러 주가가 FCF 부담으로 눌린다고 해도 반도체 주가 업턴은 언제든 펼쳐질 수 있다. 즉 하이퍼스케일러와 반도체 주가는 지금처럼 동조화, 또는 차별화가 반복해 진행될 전망이다. 숏세력이 더 떨고 있지 않을까글로벌 Enterprise(주로 1000인 이상 기업) 기준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제품 도입 비중은 단순 활용이 아닌 실제 경영에 상용화한 비중이 30~50%로 알려지고 있다. 젠슨 황이 전망하는 AI 진화를 학습(Training) → 추론(Inference) → AI 에이전트 → 피지컬 AI(자율주행·로봇·휴머노이드) 4단계로 가정한다면 현재 추론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두 사례는 AI가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큰 그림에 대한 비전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7월에만 코스피 33% 하락하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를 포함해 역사상 가장 깊은 월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PER 4.6배까지 하락했다. 물론 PER이 싼 것만이 중요하지는 않다. EPS 상향 조정이 나와야 한다. 주가 반등은 가격이 만들지만 추세 전환은 실적과 수급이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 트기 전 어둠이 가장 어둡다고 투자자들은 이제 악재에 둔감해질 시점이 된 듯하다. 외국인 디레버리징도 90% 진행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더 초조한 투자자는 롱포지션이 아닌 숏세력 아닐까. 이들은 뉴스 한 방에 숏 스퀴즈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주식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분들은 이번 기회에 맷집 키우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위대한 투자자는 수익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견디며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돌아가신 히가시노 게이고 글로 맺는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조병문 메디치투자일임 대표이사·연세대 경영학과 연구교수
대신경제연구소를 시작으로 NH투자증권 기업분석부장, KB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을 역임한 정통 베테랑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국민연금과 삼성생명 자산운용컨설팅,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 전문위원을 지내며 자본시장 분석과 자산운용 분야에서 폭넓은 전문성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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