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 양도세 중과, 거래 위축 불러
토지거래 허가제도 인접 지역 가격 올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성공 어려워

시장은 언제나 우회로를 찾는다[마은성의 이코노믹 뷰]
부동산 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정부는 새 규제를 내놓는다. 특정 지역의 거래를 제한하고 대출 한도를 줄이며 세율을 높인다. 많은 경우 정책 시행 직후 규제 대상의 거래와 대출은 줄어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장은 다른 지역과 계약, 금융 수단을 찾아낸다. 규제가 수요를 없애기보다 그 경로를 바꾸기 때문이다.

2018년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대표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중과 시행 전에는 매매와 증여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시행 이후에는 거래가 위축됐다. 2019년 한시적으로 중과를 배제하자 거래가 다시 늘어난 점도 높은 세금이 매도를 촉진하기보다 거래 시점을 미루게 했음을 보여준다. 2020년 강남 일부에 도입된 토지거래허가제도 비슷했다. 규제지역의 거래량과 가격은 하락했지만 인접한 비규제지역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상승했다. 같은 해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기존 임차인의 계약 안정성을 높였지만 제도 도입 당시 서울의 전세보증금 수준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

금융규제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 과정에서 신용대출 등이 크게 늘었고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의 신용대출 증가분까지 반영해 다시 계산한 금융권 전체 LTV는 기존 수치보다 상당히 높았다. 최근엔 매도인이 잔금 일부를 빌려주고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이른바 ‘집주인 대출’ 매물도 등장했다. 대출규제가 강화될 때 일부 신용 공급이 금융기관 밖의 개인 간 계약으로 옮겨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은 개별 규제가 무용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규제 대상만 줄었는지를 기준으로 정책의 성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출규제나 지역 규제 자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우회로가 나타날 때마다 금지를 덧붙이면 여러 정책이 각자 다른 문을 닫는 사이 시장은 더 복잡하고 불투명한 경로로 숨어든다.

문을 하나씩 닫는 대신 봐야 할 것은 애초에 그 경로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부담이 낮은 게 아니라 구성이 거래 단계에 치우쳐 있다. 반복적으로 부과되는 보유세의 비중은 낮고 거래 관련 세금 비중은 높다. 보유보다 거래에 상대적으로 무겁게 과세해 기존 소유자가 계속 보유하고 거래를 미룰 유인을 키우는 구조인 셈이다. 앞서 본 양도세 중과의 매도 지연이나 토지거래허가제의 우회 수요도 결국 이 구조에서 비롯된다.

주택 공급은 새 아파트를 짓는 것만이 아니다. 기존 소유자가 매물을 내놓는 것도 시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매물 공급을 늘리는 일이다. 거래비용을 낮추면 고령자의 다운사이징이나 이직에 따른 이사가 쉬워지고 기존 주택이 필요한 가구로 이전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세수 총량을 유지하면서 거래세 비중을 낮추고 반복적 보유세 비중을 높이는 전환을 권고했다. 주택 수와 지역에 따라 복잡하게 차등화된 취득세율을 주택 가치에 비례하는 단순한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세금을 더 걷자는 게 아니라 보유에는 적절한 비용을 부과하고 거래와 이동은 덜 막자는 것이다. 다만 취득세·재산세는 지방세, 종부세는 국세여서 세목 조정만큼 중앙-지방 재원 배분도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

시장은 언제나 우회로를 찾는다. 앞의 사례들이 보여주듯, 문 하나를 막으면 시장은 다른 문을 찾을 뿐이다. 이제 정책이 겨냥해야 할 것은 문이 아니라 사람들을 그 문으로 밀어 넣는 유인이다. 그래야 우회로가 아니라 길이 된다.

마은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