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익 분배 목적으로 나눠준 것”
[법알못 판례 읽기]
그러나 모든 상여금이 손금산입(비용처리)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만약 법인이 이익을 분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여금 등을 지급했다면 이는 과세 대상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수가 법인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법인 내 다른 임원들 보수와의 현저한 격차 유무, 정기적으로 지급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금산입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대표에게 상여금 80억 지급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이정원)는 A 법인이 서울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했다.
A 법인은 2017년부터 충남 태안 일대에서 대규모 태양광발전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다. 그동안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던 A 법인은 2022년에 개발용역비 등을 받아 355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그해 A 법인은 B 대표에게 80억원을 준 것을 포함해 임직원에게 총 117억5000만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B 대표는 A 법인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A 법인은 상여금 외에도 2022년 B 대표에게 대여금 명목으로 71억원을 8차례에 걸쳐 지급했다.
B 대표는 급여 4억원과 배당금 30억원도 수령했다. A 법인은 이후 B 대표 등에게 지급한 상여금 등을 손금으로 계상했다.
감사원이 2022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하면서 A 법인의 세금 처리의 적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3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A 법인에 대한 통합세무조사를 실시했고, A 법인에 법인세 38억3300만원과 근로소득세 3억1950만원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B 대표가 받은 상여금과 대여금을 모두 과세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A 법인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법인이 B 대표 등에게 준 상여금은 직무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라기보다는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분여하기 위한 이익처분 성격의 성과급”이라며 과세 당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 대표가 자신이 수령할 보수 및 상여금 등을 별다른 제약 없이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 영향력을 가졌다는 데 주목했다. A 법인의 부대표는 로펌과 회계법인 자문을 받으면서 A 법인의 조세부담을 덜면서 B 대표에게 최대한 많은 현금을 지급할 방안을 고안했다.
또한 A 법인은 실제로 사원총회나 이사회 등을 개최한 사실이 없는데도 A 법인은 상여금 지급을 위한 사원총회 의사록과 임원 보수지급 규정 등을 뒤늦게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 의사록을 보더라도 상여금 액수가 어떤 기준에 따라 정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A 법인 측은 “A 법인은 B 대표가 유일한 사원인 유한회사이므로 사원총회 의사록이 작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B 대표는 A 법인 설립 이후 매우 적은 보수를 받다가 2022년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그동안의 노력과 성취의 대가로 상여금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B 대표는 2022년에 급여로 4억원 넘게 받았고, 이듬해 초 배당금으로 30억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B 대표는 급여 및 배당금으로 직무수행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충분히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 대표가 받은 상여금(80억원)은 연봉(2022년 기준 4억3000만원)의 18배에 달했고 그가 받은 상여금이 A 법인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았다. A 법인이 B 대표에게 거액의 상여금을 준 건 이익 배분 목적이 강하다는 취지다.
대여금 형식으로 71억 받기도
이 재판에선 A 법인이 B 대표에게 지급한 대여금의 성격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A 법인은 2022년 4월부터 8월까지 8차례에 걸쳐 B 대표에게 71억원을 지급했다. 2022년 5월께 금전소비자대차 계약서 초안이 작성됐는데 당시 이자율이나 대여 기간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A 법인과 B 대표는 2022년 6월께 총대여금 71억원, 이자율 0%의 조건이 확정됐다. A 법인은 이 대여금을 가지급금으로 회계처리했다.
재판부는 “대여금의 형식을 취했을 뿐 실질은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B 대표에게 분여하기 위한 이익처분 성격의 상여금과 같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B 대표는 애당초 이 대여금을 상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A 법인이 아무런 담보 없이 B 대표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줬는 데다 B 대표는 대여금으로 지급받은 71억원 중 상당액을 즉시 소비했기 때문이다. B 대표는 당초 퇴직금으로 대여금을 상환할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 대표의 퇴직금은 85억원인데 B 대표가 갚아야 할 대여금은 91억5000만원(지연이자 포함)에 달한다. 또한 B 대표의 수입은 2022년에 급격히 증가했을 뿐이었다.
재판부는 “A 법인과 B 대표 모두 이 대여금의 상환을 예정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감안할 때 A 법인이 B 대표 관련 법인세 36억20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돋보기]
“권고사직 사례금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
세금 납부 관련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많다. 회사와의 분쟁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기에 끝내는 대가로 받은 금전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인 ‘사례금’이라는 법원 판단이 최근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공현진)는 블록체인 업체인 A 회사의 전 직원 B 씨 등 5명이 서울 동작·성동·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경정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B 씨 등은 2020년 9월 권고사직을 수락하고 A 회사를 그만뒀다.
당시 A 회사는 이들에게 퇴직금, 퇴직위로금, 잔여 연차 보상금과 함께 사측에서 발행한 가상자산을 지급했다. 과세 당국은 이 가상자산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매겼다. 그런데 B 씨 등은 이 가상자산은 A 회사가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분쟁해결금 내지 손해배상금 차원에서 지급한 금전인 만큼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가상자산의 성격을 사례금으로 규정했다. B 씨 등이 A 회사 평판을 해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 대가로 A 회사가 가상자산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분쟁의 조기 종결과 비밀 엄수 등에 대한 사례의 뜻으로 지급한 금품이므로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인혁 한국경제 기자 twopeople@hankyung.com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