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미는 주식’에 141조원 몰렸다...인텔, 유상증자 7조원 확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유상증자에 당초 계획을 크게 웃도는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과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면서 투자 열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인텔이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150억달러(약 21조2300억원)에서 200억달러(약 28조3000억원)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인텔은 AI 컴퓨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50억달러 규모의 보통주를 공모 방식으로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계획보다 50억달러(약 7조740억원) 늘어난 규모다. 시장의 투자 수요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증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이 상장 이후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1000억달러(약 141조3700억원)를 웃도는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모에는 30일간의 추가 주식 매입 옵션도 포함됐다. 인수 주관사들은 이를 통해 최대 22억5000만달러(약 3조18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다. 대표 주관사는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이다.

신주 발행 가격은 주당 95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식통은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며 조달 규모와 발행 가격 등 세부 조건은 변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높은 유상증자 투자 수요의 배경으로 미국 정부의 인텔 지원이 꼽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인텔에 89억달러(약 1조2600억원)를 투자하고 지분 10%를 확보하며 인텔의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이 놀라운 미래를 가진 위대한 미국 기업 인텔의 10%를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한다”며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인텔 지원 배경에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대만 TSMC가 6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 삼성전자가 7%, 미국 인텔이 1%로 뒤를 이었다. 중국의 SMIC도 6%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했다.

미국으로서는 대만 등 해외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의 최대주주로 참여한 것도 인텔을 자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생산기지로 육성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여기에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미국 정부와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점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9월 엔비디아는 주당 22.38달러에 총 50억달러 규모의 인텔 보통주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인텔 지분 약 4%를 확보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로버트 쉬프먼 애널리스트는 “인텔은 유상증자를 통해 AI와 파운드리 등 주요 사업에 추가적인 부채 부담 없이 자금을 투입할 여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을 채권 투자자들이 모두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