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네덜란드 트리오도스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연합(EU)이 폭염으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1%에 달하는 1800억유로(약 294조8000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이 1.1%인 점을 고려하면 폭염 여파로 올해 성장분의 대부분을 반납해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경제적 피해를 키우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고온에 따른 노동 생산성 저하였다. 트리오도스은행은 노동 생산성 저하만으로 EU 회원국 GDP가 0.6% 감소하고 농업 생산량도 3~7%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별 피해 규모에도 차이가 있었다. 프랑스는 폭염으로 올해 GDP 성장률이 1.4%포인트 낮아져 -0.6%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네덜란드 역시 GDP 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온 현상이 적었던 폴란드는 경제적 피해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과 함께 이어지고 있는 가뭄 역시 경제적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다. 주요 하천의 수위가 급락하면서 내륙 수운과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지난달 라인강의 85%, 템스강의 95%, 다뉴브강의 약 3분의 2 구간에서 유량이 관측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라인강의 수위 저하는 독일과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산업계 전반의 물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라인강은 독일 내륙 수운의 약 80%를 담당하는 핵심 운송로다. 수위가 낮아져 운송이 제한되면 화물을 트럭이나 철도로 옮겨야 해 운송 비용이 늘어난다. 화학제품이나 대형 기계처럼 육상 운송이 어려운 화물은 물류 차질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라인강의 주요 병목 구간인 카우프에서는 선박 운항이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독일내륙수운협회(BDB)는 수위가 한 자릿수 센티미터까지 떨어질 경우 라인강 전 구간의 운항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가뭄은 에너지 공급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강의 수위가 낮아지고 수온이 오르면서 발전소의 냉각수 확보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헝가리에서는 원전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며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은 원자로 2기 가운데 1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각국의 가뭄 실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본토의 약 95%에서 가뭄이 관측됐으며 강수량은 평년보다 약 70% 적었다. 스위스 역시 약 99%의 지역이 가뭄 영향권에 들었다. 영국에서도 잉글랜드 지역 70% 이상이 가뭄 상태에 놓이면서 물 사용 제한 조치가 시행 되고 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앞서 지난 6월 2주간 이어진 폭염만으로 유럽 GDP가 0.3%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폭염과 가뭄의 장기화에 따라 물류·농업·에너지 등 주요 산업 전반으로 피해가 번지면서 유럽 경제의 성장세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 변화가 유럽 경제의 새로운 성장 제약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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