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은행계 금융지주 출범 이후 자산, 주가 '껑충'
독과점 시장서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영업 지적
지주회장 연임 놓고선 '이너서클' 비판도

[5대 금융 대해부①]'국(KB)신하우농' 몸집 커졌지만 숙제
KB국민은행을 자회사로 둔 KB금융지주는 올해 2월 11일 시가총액 60조원을 돌파하며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을 기업 순자산으로 나눈 것) 1배를 넘어섰다. 국내에 금융지주 체제가 도입된 지 25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7월 13일 사상 최고가(19만4500원)를 찍은 뒤 10%가량 내렸지만 여전히 PBR 1배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계 금융지주는 그동안 ‘저평가’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국내에서 이자 장사에 골몰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 사업 구조와 라이선스(인가) 산업 특성상 정부 등 금융당국의 규제 리스크에 취약한 탓이다. 금융지주 체제가 출범한 이후 금융지주 PBR은 0.3~0.5배 수준에 그쳤다. 주가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청산한 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이 본격화하고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은 금융지주도 주주환원 확대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신한금융(0.85배), 하나금융(0.78배)도 PBR 1배를 눈앞에 뒀다. 배당주보다 더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성장주로 떠오르고 있는 5대 금융지주 체제의 출발과 명암, 강약점 분석부터 최고경영자(CEO) 리더십과 투자전략까지 짚어봤다.
‘KB·신한·하나·우리·NH’ 대형화 성공
국내 금융지주사는 한보그룹과 기아자동차 부도로 촉발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부실에 빠진 은행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탄생했다. 정부는 우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미만인 12개 은행에 메스를 들이댔다 1998년 대동·동남·동화·경기·충청 등 5개 은행이 퇴출됐다. 나머지 7개는 합병을 통해 하나은행(하나·보람), 국민은행(국민·장기신용), 조흥은행(조흥·강원·충북)으로 탄생했다.
[5대 금융 대해부①]'국(KB)신하우농' 몸집 커졌지만 숙제
1999년 대우그룹 워크아웃 사태로 은행권은 또 한번 흔들린다. 정부는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을 제정해 은행·증권·보험 등을 한 지붕 아래 두는 종합금융그룹 모델을 통해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상업·한일은행이 합쳐진 한빛은행에 평화·광주·경남은행을 묶어 2001년 4월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했다. 같은 해 국민·주택은행이 합병해 통합 KB국민은행이 탄생했다. 조흥은행도 2006년 신한은행에 합병됐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을 합친 뒤 2015년 외환은행마저 인수했다.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등 이른바 ‘조상제한서’ 대신 ‘국신하우농(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5대 금융지주 시대가 열렸다.

○‘글로벌·위기관리·주주환원’ 성과

5대 금융지주 체제는 은행과 증권, 카드, 보험, 캐피탈 등 전 금융업권의 자회사를 운영하면서 한국 금융산업의 체급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지주 전환 당시 320조원이었던 KB금융의 총자산은 올해 상반기 867조원으로 2.7배 커졌다. 신한금융은 2001년 출범 당시 66조원에 그쳤던 총자산이 25년 만에 13배 가까이 불어났다. 하나금융(106조→713조원), 우리금융(99조→635조원), NH농협금융(240조→666조원) 등도 지주사 출범 당시보다 몸집을 크게 불렸다. 대형화 덕분에 2003년 카드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금융지주와 은행은 부실에 빠진 카드사 등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을 껐다.

첨단 산업과 수출 기업, 소상공인 금융 지원 등 금융의 사회적 역할 확대도 금융지주 체제 효과로 꼽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주택담보대출 등 ‘이자 장사’에서 벗어나 기업 투자 등 ‘생산적 금융’을 강화하자는 정부 기조에 발맞춰 2030년까지 총 508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해외 진출을 통한 ‘K금융 영토 확장’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5대 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총 해외 자산 규모는 236조원에 달한다. 5년 전인 2020년(136조원)에 비해 73.5%나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베트남 외국계 은행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신한베트남은행과 일본 SBJ은행 실적 호조에 힘입어 국내 금융사 최초로 글로벌 세전 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금융지주 체제 이후 은행과 증권, 보험 기능 등을 결합한 복합점포가 늘어나면서 고객들이 한번에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해 이미 주주환원율이 50%를 넘어섰고 하나금융도 올해 5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주주환원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주주 몫으로 돌아간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주주환원율이 50%라는 것은 이익의 절반을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체제는 기존 상업은행에 투자은행(IB), 증권, 보험 기능을 통합적으로 운영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코로나 팬데믹이나 중동 전쟁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쇼크가 발생했을 때도 완충재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설명했다.

○독과점 시장서 ‘땅따먹기’ 비판

5대 금융지주가 여전히 국내 시장에 안주해 담보대출 중심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은행업권의 ‘메기’ 역할이 기대됐던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도 2017년부터 새로 뛰어들었지만 예금과 대출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5대 금융지주 계열 5대 은행의 예금·대출 시장점유율은 75%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지방은행은 오히려 5대 은행에 고객을 빼앗겼다.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사실상 신규 은행 진입을 막아 놓은 사이 5대 금융은 우물 안 경쟁으로 이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5대 금융 대해부①]'국(KB)신하우농' 몸집 커졌지만 숙제
올해 상반기 5대 금융의 총 순이익은 13조1183억원으로 이전 최대였던 2025년 상반기(11조9541억원)에 비해 9.7% 증가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올해 순이익 ‘6조원’과 ‘5조원’ 클럽 입성이 유력하다. 그러나 정작 국내 금융지주는 수익성 지표에서는 미국 금융그룹에 뒤진다. 금융지주가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 보여주는 총자산이익률(ROA)이 대표적이다. 국내 1위 금융그룹인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ROA는 0.95%다. JP모간체이스의 ROA는 1.5%에 육박한다.

○대통령도 회장 ‘이너서클’ 질타

독과점 시장에 안주한 5대 금융지주는 혁신 대신 집안 싸움에 골몰했다. 경영권을 놓고 금융지주 회장과 사장, 은행장이 고소·고발전을 벌인 2010년 ‘신한사태’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반목하다 둘 다 중도 하차한 2014년 ‘KB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소유 분산 기업(소유가 분산돼 오너십이 없는 기업)임에도 금융지주 회장이 인사와 재무 등 모든 면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현직 회장이 차기 회장 선임권을 갖고 있는 사외이사들과 이른바 ‘자신만의 참호’를 구축하고 ‘셀프 연임’을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4연임·10년)과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4연임·9년),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3연임·9년) 등 상당수 금융지주 회장은 장기 집권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은 필수, 3연임은 선택’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가만 놔두니까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왔다 갔다 하면서 10년, 20년씩 하는 모양”이라고 질타했다. 금융당국은 이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발언 이후 올해 1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제도 개선 마련에 나섰다. 당국은 금융사지배구조법에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은 한 차례만 허용한다’고 명시하는 식으로 3연임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주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률로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를 강제로 제한하는 것은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권이나 금융당국 유력 인사와의 친분을 앞세운 차기 회장 후보들 간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등 ‘관치금융’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회장을 성과와 역량에 따라 평가하고 필요할 때 교체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추도록 하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