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기업은 ‘무인부서’...기업 84%는 "AI 아직"
일본 대기업이 AI만으로 구성된 ‘무인부서’를 만드는 실험에 나선 가운데, 일본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은 아직 AI를 전사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일본 IT장비·서비스기업인 NEC는 부문장부터 사원까지 모든 역할을 AI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무인 부서 ‘코퍼레이션 AI·워크포스 부문’을 신설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해당 부서는 회사의 ‘코퍼레이션 부문’에서 인사·법무 등 다른 부문과 동등한 위상으로 설치됐다. 장기간 지속된 저출산으로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AI를 활용해 인력의 업무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7개의 AI 에이전트가 영업 지원과 업무 효율화 개선 등을 담당하고, 사람은 최종적인 의사결정과 품질관리에만 관여한다.

각 AI에는 실제 직원처럼 이름과 역할도 부여됐다. ‘반멘 아사미’라는 AI는 매일 아침 영업지원 화면을 갱신하고, AI 사원 ‘안데 하지메’는 회의록에서 업무 과제를 도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 한 달간 시범 운영 결과, NEC는 이 부서가 임원회의에 활용할 경영 분석과 위험 징후 탐지 등 기존에 사람이 수행하던 업무를 7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향후 부서 운영 효과와 한계를 검증해 운영 노하우를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본 기업 전반으로 보면 AI를 전사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아직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로이터가 닛케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219곳 가운데 AI를 전사적으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16%에 그쳤다.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AI를 일부 업무에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거나 전사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셈이다.

18%는 AI 도입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고, 6%는 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60%는 AI를 일부 부서나 제한된 업무에만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7월 29일부터 8월 6일까지 진행됐다.

일본의 AI 활용 수준이 주요 경쟁국에 비해 낮다는 기존 일본 정부의 평가와도 비슷한 결과다. 일본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최소 한 가지 업무에 활용하는 기업 비율은 일본이 86.4%로, 중국(98.1%), 독일(91.6%), 미국(90.9%)보다 낮았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AI를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문서 작성 등 일부 업무에 국한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AI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고 밝혔다.

향후 1~2년간 AI 투자 예산을 50% 이상 늘릴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4%, 10~50% 증가를 예상한 기업은 21%였다. 30%는 한 자릿수 증가를 전망했고, 14%는 예산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31%는 아직 투자 계획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AI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과 국내 투자 확대를 주요 성장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2040년까지 AI 포함 17개 분야에 370조엔(약 3500조원) 이상의 민관 투자를 유도하고, 피지컬 AI를 육성해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문제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