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40억보다 무서운 SK㈜ 주가의 셈법
67%→11.5%…SK㈜ 주가, 재산분할 부담 낮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문경덕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문경덕 한국경제신문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를 결정했다. 재상고가 경제적으로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두고 자본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CXO연구소는 16일 최 회장의 재산분할액과 SK㈜ 보유지분 가치, 재산분할금 마련 가능성 등을 분석했다.

핵심 변수는 두 가지다. 대법원에서 9440억원으로 결정된 재산분할액을 얼마나 더 낮출 수 있는지, 최 회장의 핵심 자산인 SK㈜ 주가가 어느 수준을 유지하는지 여부다.

2년 만에 달라진 재산분할 부담

2024년 2심 당시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당시 재판부가 결정한 재산분할액은 1조3808억원.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1297만5472주의 평가액은 2조514억원으로, 재산분할액이 지분가치의 67.3%에 달했다.

SK㈜ 지분가치 100원 가운데 67원을 재산분할금으로 내야 하는 구조였다. 그룹 지배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지난 7월 열린 파기환송심에서는 재산분할액이 9440억원으로 낮아졌다. 2심보다 4368억원, 31.6% 줄어든 금액이다.

SK㈜ 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부담률은 더 낮아졌다. 파기환송심 선고 당시 최 회장의 SK㈜ 지분가치 대비 재산분할액 비율은 약 11.5%까지 떨어졌다. 재산분할금 자체는 여전히 1조원에 육박하지만 주식자산의 규모가 2년 전과 달라진 상황이다.

최 회장의 SK㈜ 보유지분 가치는 주가에 따라 크게 움직였다. 1심 선고일인 2022년 12월 6일에는 2조7183억원이었다. 2심 선고 당시에는 2조514억원으로 낮아졌다. 대법원 선고일인 2025년 10월 16일에는 2조8351억원으로 올라섰다.

올해 들어 변동폭은 더 커졌다. 6월 25일 SK㈜ 주가가 종가 기준 85만8000원까지 오르면서 최 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는 11조1329억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7월 24일에는 8조1745억원, 8월 14일에는 7조5906억원으로 감소했다. 수주 사이 보유주식 평가액이 수조원씩 움직인 셈이다.
최태원 회장 SK(주) 주식재산 변동. 자료=한국CXO연구소
최태원 회장 SK(주) 주식재산 변동. 자료=한국CXO연구소
 SK하이닉스 및 SK 주가 증감률. 자료=한국CXO연구소
SK하이닉스 및 SK 주가 증감률. 자료=한국CXO연구소
9440억 줄이느냐, SK㈜ 주가를 지키느냐

재상고의 경제적 효과는 결국 재산분할액과 자금조달 비용을 함께 봐야 한다.

9440억원이 8500억원으로 낮아지면 최 회장의 부담은 940억원 감소한다. 7500억원까지 내려가면 1940억원, 6500억원이면 2940억원을 아낄 수 있다. 반대로 파기환송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면 9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재원 마련이 두 번째 문제다. 최 회장은 최근 10년간 SK㈜에서 받은 배당금만 7755억원을 넘는다. 급여까지 합하면 8822억원을 웃돈다. 다만 배당금과 급여 전액이 현재 현금성 자산으로 남아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세금과 생활비, 대출 상환 등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CXO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가용 현금성 재원을 3000억~4000억원 안팎으로 가정하면 재산분할금의 30~40%가량을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를 외부에서 마련해야 하는 구조다. 이 부분은 실제 최 회장의 현금성 자산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추정치로 봐야 한다.

부족한 자금을 SK㈜ 지분으로 마련할 경우 지배력 문제가 뒤따른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기존 대출 규모가 43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 만큼 추가 차입 여력도 따져야 한다. 연 3~6% 금리를 적용해 5000억원을 추가로 빌릴 경우 연간 이자 부담만 150억~300억원이다. 전체 차입 규모가 1조원 안팎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SK㈜ 주가가 높으면 같은 금액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주식 수가 줄어든다. 지배력 방어 측면에서는 유리한 구조다. 최 회장의 SK㈜ 보유주식은 약 1298만주다. 주가가 1만원 움직일 때마다 지분 평가액은 약 1298억원씩 변한다. 재상고 결과만큼 SK㈜ 주가가 중요한 이유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10년간  SK(주), SK하이닉스 등에서 받은 주요 배당금 및 급여 현황. 자료=한국CXO연구소
최태원 회장이 최근 10년간 SK(주), SK하이닉스 등에서 받은 주요 배당금 및 급여 현황. 자료=한국CXO연구소
SK하이닉스·SK실트론도 변수


SK하이닉스 주가도 간접적인 변수다. SK㈜를 중심으로 SK스퀘어,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상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는 SK㈜의 투자자산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CXO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7월 이후 두 종목의 주가 흐름을 비교한 결과 32거래일 가운데 27일, 84.4%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최 회장이 지난달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입한 다음 거래일에도 SK하이닉스와 SK㈜ 주가가 함께 상승하면서 최 회장의 지분 평가액이 하루 만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황이 좋아질수록 SK하이닉스 기업가치와 SK㈜ 투자자산 가치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 자금조달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SK실트론 지분도 재원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협상과 지분 정리 시점이 빨라도 내년 1월께라는 점에서 재산분할금 지급 시점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인지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증권사와 체결한 TRS 계약 만기는 2027년 8월 말이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한국경제신문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2024년 2심 당시에는 재산분할액이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가치 중 3분의 2 정도에 해당해 그룹 지배력에도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재산분할액이 줄고 SK㈜ 지분가치는 크게 높아져 상황이 상당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SK㈜ 주가 1만원 차이가 최 회장의 지분가치를 약 1300억원 움직이게 하는 만큼 재판에서 재산분할금을 얼마나 줄이느냐뿐 아니라 SK㈜ 기업가치를 어느 수준으로 유지하느냐도 중요해졌다”고 했다.

오 소장은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SK스퀘어를 거쳐 SK㈜의 투자자산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향후 반도체 업황과 SK하이닉스 주가 흐름도 최 회장의 재산분할금 마련과 지배력 유지라는 측면에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