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40억보다 무서운 SK㈜ 주가의 셈법
67%→11.5%…SK㈜ 주가, 재산분할 부담 낮춰
한국CXO연구소는 16일 최 회장의 재산분할액과 SK㈜ 보유지분 가치, 재산분할금 마련 가능성 등을 분석했다.
핵심 변수는 두 가지다. 대법원에서 9440억원으로 결정된 재산분할액을 얼마나 더 낮출 수 있는지, 최 회장의 핵심 자산인 SK㈜ 주가가 어느 수준을 유지하는지 여부다.
2년 만에 달라진 재산분할 부담
2024년 2심 당시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당시 재판부가 결정한 재산분할액은 1조3808억원.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1297만5472주의 평가액은 2조514억원으로, 재산분할액이 지분가치의 67.3%에 달했다.
SK㈜ 지분가치 100원 가운데 67원을 재산분할금으로 내야 하는 구조였다. 그룹 지배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지난 7월 열린 파기환송심에서는 재산분할액이 9440억원으로 낮아졌다. 2심보다 4368억원, 31.6% 줄어든 금액이다.
SK㈜ 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부담률은 더 낮아졌다. 파기환송심 선고 당시 최 회장의 SK㈜ 지분가치 대비 재산분할액 비율은 약 11.5%까지 떨어졌다. 재산분할금 자체는 여전히 1조원에 육박하지만 주식자산의 규모가 2년 전과 달라진 상황이다.
최 회장의 SK㈜ 보유지분 가치는 주가에 따라 크게 움직였다. 1심 선고일인 2022년 12월 6일에는 2조7183억원이었다. 2심 선고 당시에는 2조514억원으로 낮아졌다. 대법원 선고일인 2025년 10월 16일에는 2조8351억원으로 올라섰다.
올해 들어 변동폭은 더 커졌다. 6월 25일 SK㈜ 주가가 종가 기준 85만8000원까지 오르면서 최 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는 11조1329억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7월 24일에는 8조1745억원, 8월 14일에는 7조5906억원으로 감소했다. 수주 사이 보유주식 평가액이 수조원씩 움직인 셈이다.
재상고의 경제적 효과는 결국 재산분할액과 자금조달 비용을 함께 봐야 한다.
9440억원이 8500억원으로 낮아지면 최 회장의 부담은 940억원 감소한다. 7500억원까지 내려가면 1940억원, 6500억원이면 2940억원을 아낄 수 있다. 반대로 파기환송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면 9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재원 마련이 두 번째 문제다. 최 회장은 최근 10년간 SK㈜에서 받은 배당금만 7755억원을 넘는다. 급여까지 합하면 8822억원을 웃돈다. 다만 배당금과 급여 전액이 현재 현금성 자산으로 남아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세금과 생활비, 대출 상환 등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CXO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가용 현금성 재원을 3000억~4000억원 안팎으로 가정하면 재산분할금의 30~40%가량을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를 외부에서 마련해야 하는 구조다. 이 부분은 실제 최 회장의 현금성 자산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추정치로 봐야 한다.
부족한 자금을 SK㈜ 지분으로 마련할 경우 지배력 문제가 뒤따른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기존 대출 규모가 43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 만큼 추가 차입 여력도 따져야 한다. 연 3~6% 금리를 적용해 5000억원을 추가로 빌릴 경우 연간 이자 부담만 150억~300억원이다. 전체 차입 규모가 1조원 안팎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SK㈜ 주가가 높으면 같은 금액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주식 수가 줄어든다. 지배력 방어 측면에서는 유리한 구조다. 최 회장의 SK㈜ 보유주식은 약 1298만주다. 주가가 1만원 움직일 때마다 지분 평가액은 약 1298억원씩 변한다. 재상고 결과만큼 SK㈜ 주가가 중요한 이유다.
SK하이닉스 주가도 간접적인 변수다. SK㈜를 중심으로 SK스퀘어,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상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는 SK㈜의 투자자산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CXO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7월 이후 두 종목의 주가 흐름을 비교한 결과 32거래일 가운데 27일, 84.4%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최 회장이 지난달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입한 다음 거래일에도 SK하이닉스와 SK㈜ 주가가 함께 상승하면서 최 회장의 지분 평가액이 하루 만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황이 좋아질수록 SK하이닉스 기업가치와 SK㈜ 투자자산 가치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 자금조달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SK실트론 지분도 재원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협상과 지분 정리 시점이 빨라도 내년 1월께라는 점에서 재산분할금 지급 시점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인지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증권사와 체결한 TRS 계약 만기는 2027년 8월 말이다.
이어 “SK㈜ 주가 1만원 차이가 최 회장의 지분가치를 약 1300억원 움직이게 하는 만큼 재판에서 재산분할금을 얼마나 줄이느냐뿐 아니라 SK㈜ 기업가치를 어느 수준으로 유지하느냐도 중요해졌다”고 했다.
오 소장은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SK스퀘어를 거쳐 SK㈜의 투자자산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향후 반도체 업황과 SK하이닉스 주가 흐름도 최 회장의 재산분할금 마련과 지배력 유지라는 측면에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