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관련 지원 요청에 한국이 응하지 않은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설까지 겹치면서 한미 간 통상·안보 현안이 한꺼번에 얽히는 모습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7일(현지 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배경에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약속 이행이 늦어지고 있다는 미 행정부의 불만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6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줄이라고 지시했다.
올해 훈련은 17일 시작됐으며 한국군 약 1만8000명과 주한미군 상당수가 참가할 예정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배정됐지만, 나머지 2000억 달러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투자 사업이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측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한 관계자는 한미 간 협상이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한국을 두고 “역대 가장 느린 협상가들”이라고 표현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한국과 미국의 협상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투자 발표에 앞서 세부 조건을 모두 확정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과의 투자 이행 속도 차이도 거론됐다.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뒤 이미 6개 사업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투자 약속 이후 약 1년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사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및 관련 법 위반 등을 이유로 62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폴리티코는 미 행정부가 한국의 쿠팡 대응에도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문제와 안보 문제를 연계해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대통령은 지렛대를 좋아한다”며 “지렛대는 실제 사용할 의지가 있을 때 힘을 발휘하는데 트럼프는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이란 문제도 한미 간 신경전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이란 관련 군사작전에 협력하지 않은 것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미국이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한국에 주둔시키며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고 있는데, 한국이 이란 문제에는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폴리티코는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지원 요청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에 불만을 품고 “한국을 한 대 때리고 싶은 것 같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훈련 축소의 이유로 북한 및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에 대한 경제적·외교적 압박 의도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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